'한국춤 거목' 이매방 명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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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춤 거목' 이매방 명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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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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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통춤 외길 인생, 현대 한국춤 새 지평 열어

'한국춤의 거목' 우봉(宇峰) 이매방(李梅芳) 명인이 7일 오전 9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이 명인의 딸 이현주씨는 "어제 갑자기 건강이 악화해 응급실에 입원하셨다가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버티지 못하셨다"며 "일주일 전에도 목포에 다녀오시고 오는 12월 공연 준비도 하고 계셨는데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이 명인은 생존 예술가 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두 분야의 예능보유자다.

본명은 이규태. 7세 때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기생들의 조합)장의 권유로 사내아이로는 드물게 권번학교에 들어가 춤을 배우기 시작, 이후 80년 넘게 전통춤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인물이다.

 

▲ 승무를 추고 있는 이매방 명인. /연합뉴스DB

 

목포 북교국민학교와 목포공고 재학 시절 이대조 선생에게서 승무를, 박용구 선생에게서 승무북을, 이창조 선생에게서 검무를 배워 춤의 기본기를 익혔다. 초등학교 때 5년간 중국에 살면서 전설적 중국 무용가인 매난방에게서 칼춤과 등불춤을 배웠다.

열다섯 살 때 판소리 명창 임방울의 공연에서 승무를 추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 삼고무, 오고무, 칠고무 등 일종의 북춤인 고무(鼓舞)를 비롯해 검무, 기원무, 초립동 등을 직접 창안해 자신만의 춤세계를 구축하기도 했으며, 200여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그의 승무는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형 승무'로 고고하고 단아한 정중동의 춤사위로 인간의 희열과 인욕의 세계를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 축하공연, 1998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초청 공연 등으로 한국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1984년 옥관문화훈장, 1998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2004년 임방울 국악상, 2011년 제12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공로상 등을 받았다.

2012년 6월 김백봉 명인과 함께한 공연 후 건강이 나빠졌으나 회복해 지난해 8월에는 제자들이 연 '우봉 이매방 전통춤 공연'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호남 기방예술의 정통계보를 잇는 '입춤'을 추기도 했다. 당시 이 명인은 고령에도 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연습에 매진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이매방 명인은 교방춤을 무대로 승화시켜 전통무용의 패러다임을 바꾼 춤의 천재로, 광복 이후 전통무용은 이매방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전통춤의 원형을 간직한 이 명인의 타계는 한국춤의 한 시대가 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김명자씨와 딸 이현주씨, 사위 이석열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장지는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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