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중국 경제…세계경제 견인차서 걱정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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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중국 경제…세계경제 견인차서 걱정거리로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9.01.2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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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성장률 6.4%, 10년來 최저…과도한 부채가 원인, 저성장 지속 전망

 

미·중 무역전쟁 탓으로만 돌릴수 없다. 중국 경제 내부의 모순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1일 발표한 2018년과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을 보면 중국 경제가 천천히, 장기적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오래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실질성장률은 6.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래 최저의 기록이다. 이는 3분기의 6.5%보다 낮고, 1분기 6.8%, 2분기 6.7%에 이어 하강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한해 성장률은 6.6%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6.5%는 달성했다. 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인 1990년 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중국의 2019년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은 6.2%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소비 위축이 심각하다.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해 11월 증가율 8.1%과 비슷하며, 이는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호주 시드니 기술대의 제임스 로런스슨(James Laurenceson)은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중국의 서비스와 소매 판매가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면서 “만일 이들 지표가 가라앉을 경우 중국 경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부분도 부진하다. 중국의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5.7%로 11월의 5.4%를 제외하고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그래픽=김현민

 

이처럼 소비와 산업 지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부채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이 빚에 눌려 지내다보니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와 생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부채는 2018년 중반에 GDP 대비 253%였는데, 이는 10년전의 140%에서 크게 불어난 수준이다. 신흥국 가운데서 이처럼 부채 비율이 증가한 나라가 없다. 중국인들과 기업은 앞으로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경제활동을 해야 할 여건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회수할수 없거나 회수가 어려운 무수익여신(NPL: nonperforming loan)이 전체 여신의 2%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토노머스 연구소의 파트너 챨린 추(Charlene Chu)는 중국 은행의 전체 신용 가운데 NPL이 24%에 이르며, 규모는 8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준은 1997년에 한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가 금융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NPL이 총여신의 30%를 넘던 것에 비해 아직은 여력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위험 수위가 가까워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글로벌 신용평기기관인 S&P는 중국의 금융은 미스터리하므로, 숨겨진 부채가 많다고 진단했다. S&P는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에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부채(hidden debt)가 6조 달러에 이르며, 이는 타이태닉과 같은 신용리스크를 일으킬 빙산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먹고 사는 좀비(zombie) 기업들이 늘어난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강시(僵尸) 기업이라고 불린다.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사실상 죽어있는 기업이다. 강시기업들은 채산성은 없는데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뉴욕 소재 싱크탱크인 컨퍼런스보드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생산성은 2012년 이후 정체되어 있다.

자본이탈도 문제다. 중국 당국은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자금이 달러, 유로 등으로 손을 바꿔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감시하고 통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몇 년동안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가운데 가장 큰 손은 중국인이었다. 미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중국인들이 미국 주택을 산 규모가 30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인도에서도 부동산시장의 큰 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 그래픽=김현민

 

관심은 중국이 1997년 아시아 위기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의 미국 경제처럼 갑작스럽게 붕괴될 것인지 여부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란 서방 분석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앞으로도 갑작스런 붕괴가 없을 것이란 진단이 유력하다.

그 이유는 시진핑 정부가 국가소유의 금융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사회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부채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금융을 조절해 경제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뉴스의 컬럼니스트 마이클 슈먼(Michael Schuman)은 중국 경제의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부채를 떠 안고 경제를 지탱하기 때문에 갑자기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다만 서서히, 오랫동안 침강할 것이라고 보았다.

2015년의 경우를 보자. 당시 중국 증시의 주가지수는 반토막이 나며 붕괴했는데, 중국 금융당국이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쏟아내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이 방법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장하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이런 접근 방법이 아직도 시행되고, 앞으로도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른바 중국식 자본주의다.

중국 지도부도 최근의 경제위기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감세조치를 취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된다. 일단 부채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식 대처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미봉의 결과만 가져왔다. 개인과 기업의 부채를 줄이지 못한채 오히려 늘려 나가기만 했다.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고, 그 위에 고약으로 덧칠만 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한 것이다.

결론은 중국 경제가 1997년 아시아위기, 2008년 미국 위기와 같은 수직 하강은 피하겠지만, 서서히 가라앉는 것은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20여년간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랬던 중국 경제가 이제는 세계경제의 골칫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GDP 대국으로, 중국경제의 하강은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경제에는 충격으로 다가설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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