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정부의 개입” vs “공정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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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정부의 개입” vs “공정한 결정”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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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 행사여부 검토…연금사회주의로 가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16일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일단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2월초에 주주권 행사 여부와 행사 범위를 검토하도록 떠 넘겼다.

분위기는 오는 3월 대한한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것처럼 흐르는 양싱이다. 이날 기금운용위에 참석한 13명 가운데 정부 위원 2명을 빼고 8명이 수탁자책임위에 검토를 맡기는데 찬성했고, 반대하는 이는 3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면서, "주주권을 발동하면 첫 사례가 되므로, 풍부한 자료 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수탁자책임위에 주문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지분 12.45%를 확보해 2대 주주이고, 한진칼에는 7.3%로 3대 주주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에 33.35%, 한진칼에 28.93%로 국민연금이 1대 주주 일가가 제시한 안건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표대결을 해야 할 형국이다. 이미 한진칼에 2대 주주로 올라선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국민연금에 가세할 경우 조씨 일가의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 기업이 300곳 가깝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도 9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결정이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 자료: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17일 신문 사설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논평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권 위협'…누가 그런 권한 줬나”란 제하의 사설에서 “정부의 개입, 곧 국민연금의 인사·운용권을 쥔 정치권력의 민간기업 간섭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 사설은 “가뜩이나 한진칼은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 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다툼에 휩싸여 있다”면서 “이 분쟁에 국민연금이 가세하는 것이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소송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개입, 독립성 확보가 먼저다”면서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위험성”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안 그래도 역대 정부마다 특정 기업이 정권에 미운털 박혀 고생한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몇몇 대기업이 전방위 사정 대상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악용될 경우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취약해지고 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선거캠프에 있었던 전직 여당 의원이 국민연금 이사장이고, 그가 기금운용본부장 추천권을 쥐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주주권 행사가 공정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의사 결정 구조는 그대로 놔두고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한다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벗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복지장관 발언을 주목한다“는 사설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긍정적으로 봤다. 경향 사설은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조 회장 일가의 재선임 반대 또는 해임 찬성 투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국민연금은 연금기금이 건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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