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켈트족 분단 우려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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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켈트족 분단 우려 높아져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9.01.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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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압도적 표차로 부결…하드보더 가능성 대두

 

영국의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자, 당장 아일랜드 정부에 걱정이 생겼다. 영국에서 건너오는 의약품의 수입이 3월 29일부터 중단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일랜드인들은 의약품의 60~70%를 영국산으로 쓰고 있다.

영국 하원이 15일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하원의원 639명 가운데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무려 230표의 압도적 표차다. 영국 의회 역사상 집권당 총리가 제의한 안건이 200표차 이상으로 부결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도 상정되어 있다.

영국의 메이 정부와 EU 사이에 합의한 브렉시트 안건에는 전환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자료: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것이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였다.

현재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독립국인 아일랜드 사이 국경에는 아무런 금이 그어져 있지 않다. 두 나라 모두 EU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상품을 실은 차량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70여일 후에는 양국이 국경을 넘는 상품에 대해서는 서로 관세를 물려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총리가 합의해온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러다간 협상도 하지 못하고 3월말부터 덜컥 EU와 결별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딜(no deal) 브렉시트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영국에서 수출하는 의약품,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가는 농산물이 멈춰설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은 환자들에게 시급하고, 다른 약품으로 갑자기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아일랜드 정부의 고민은 의약품이라도 관세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 EU와 영국 /위키피디아

 

영국 하원을 자극시킨 문제는 국경의 안전장치였다.

영국 국토는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브리튼 섬에서는 브렉시트 후 항만과 공항에 세관을 설치해 상품 유출입을 통제할수 있지만, 문제는 아일랜드 섬에서 발생한다.

아일랜드 섬은 아일랜드 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나눠져 있고, 영국의 유일한 육상 국경이 이 곳에 있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접경지대는 500km에 달하고, 하루 평균 4만명가량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영토는 다르지만 아일랜드 섬 자체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는 아무런 제한장치가 없다. 지금까지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모두 EU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차량과 상품, 사람이 이 육상 국경을 자유롭게 오갔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EU에 가입해 있는 아일랜드와 탈퇴한 영국 사이에 관세와 경제제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국경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북아일랜드 국경에 펜스를 쳐서 세관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하드보더(hard border)라고 한다.

EU는 브렉시트 협상 초기부터 아일랜드 섬 국경에 국경선을 긋는 하드보더에 강경하게 반대했다. 영국도 하드보더를 칠 경우 아일랜드의 반발을 우려해 처음부터 하드보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다만 국경을 오가는 제품에 대해 안전망(백스톱)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론만 제시했다.

국경문제를 어물쩡하게 합의한 게 메이 총리의 실수였다. 메이 총리는 하드보더를 칠 경우 영국이 쪼개질수 있다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의원들은 총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여기에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해묵은 민족감정이 드러난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의 육상 국경에 금을 긋고 세관을 설치하게 되면 아일랜드 섬의 켈트족은 사실상 분단이 된다.

 

▲ 영국과 아일랜드 국경(킬린 근처) /위키피디아

 

아일랜드는 1916년 오랜 무장투쟁의 결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었다. 그 와중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계가 많이 살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아 있었다. 아일랜드는 독립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북아일랜드 무장단체 IRA는 1968년부터 북아일랜드에서 유혈충돌을 벌였고, 그후 30년간 3,259명의 사망자와 5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98년 4월 10일 영국과 아일랜드는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서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영국은 국경을 허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위해 북아일랜드에 물리적 국경을 만든다면 벨파스트 협정을 위반하게 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저항세력이 이 새로운 국경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번 의회 표결에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가장 반대한 의원들이 10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북아일랜드 정당 DPU다. 보수당은 지난번 총선에서 의석을 잃어 DPU와 연정을 구성해 간신하 과반을 넘겨 정권유지하고 있다. 연합정부를 구성한 정당이 떨어져나가고 집권당도 분열되어 있으니, 2/3 선도 무너진 것이다.

당초 합의안 표결은 지난해 12월 11일 예정되었지만, 부결 가능성을 제기되면서 메이 총리가 이를 연기했다. 한달에 걸쳐 정치권을 설득했지만, 메이 총리는 실패했다. 이번 의회 부결로 브렉시트는 노딜(no deal)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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