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규제 완화…“공무원 머릿 속의 붉은 깃발 내려 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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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규제 완화…“공무원 머릿 속의 붉은 깃발 내려 놔야”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12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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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가까이에 있다”…“규제 샌드박스에 성역 없다는 원칙 확고히 해야”

 

1865년 빅토리아 여왕시절에 영국 의회는 자동차 등장으로 피해를 보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만들었다. 증기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마차업자들이 망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기존 업계 보호를 만든 법안이었다. 이 법안에 따라 자동차 한 대에 운전사, 기관원, 기수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 속도는 시속 6.4km, 시가지에서는 시속 3.2km로 제한되었다.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붉은 깃발을 앞세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수 없게 한 것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마차업계의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銀産)분리 규제방침을 밝히면서 19세기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 것은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4차 산업혁명의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추진과정에서 우리보다 중국이 저 멀리 앞서가고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시장은 드론, 자율주행차, 홈교육, 의료진단, 안면식별 등에서 급성장하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단계가 되었다. 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AI 시장은 전년비 74%나 성장했고, 안공지능 인재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면에 시진핑 정부가 2017년에 ‘차세대 AI 발전 규획’을 만들어 산업 발전방향과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각급 지방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과 규제 완화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규제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싹도 트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혁신을 위한 세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세가지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①규제 신속확인제도, ②실증 특례 제도, ③임시허가제도 등이다.

그 첫째로, 기업들이 신기술‧신산업 관련 규제 존재 여부와 내용을 문의하고 30일 이내 회신받는 규제 신속확인 제도가 시행된다. 이 경우, 정부가 30일 이내 회신하지 않을 경우에는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둘째로, 관련 법령이 모호하고 불합리하거나, 금지규정 등으로 신제품‧신서비스의 사업화가 제한될 경우, 일정한 조건하에서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않는 실증 테스트도 가능하게 된다.

셋째, 안전성과 혁신성이 뒷받침된 신제품‧신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하여 시장출시가 어려울 경우에는 임시허가를 통해 시장출시를 앞당길 수 있다.

정부는 그 일환으로 서울 여섯 곳의 수소충전소 설치 요청을 ‘규제 샌드박스 1호’로 허용키로 했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12일 한국경제신문 사설은 “동남아에도 뒤처진 혁신, '샌드박스' 뛰어넘는 정책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금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앞다퉈 하고 있는 혁신 실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투자개방형 병원, 원격의료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샌드박스 적용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는 승차공유, 투자개방형 병원, 원격의료 등 시민단체와 이익단체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규제들을 후순위로 미루려는 조짐이 엿보인다. 출발 단계에서부터 샌드박스에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 정부 최대 업적 될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당부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현장 공무원들이 규제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신산업과 전통 산업의 갈등 조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카풀'과 택시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최근 '버스 카풀' 빗장을 풀었다고 했지만 도심 영업은 제외시키는 바람에 반쪽짜리가 됐다. 대한상의가 지난 5년간 규제 개혁 리스트를 정부에 제출한 것이 39차례나 되지만 해결된 것이 거의 없는 것도 정부가 기득권과의 갈등 조정을 지레 포기한 탓이 크다. 정치권 문제도 심각하다. 20대 국회 2년여 동안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중 규제 법안이 58%에 달한다.”

 

기찬수 병무청장이 매일경제신문에 기고한 “규제 혁신, 답은 가까이에 있다”는 컬럼도 같은 맥락이다. 기 청장은 “국민이 목소리를 내면 국가가 그 소리를 듣고 답하는 것, 바로 규제 혁신의 시작이자 정답이 아닐까”라며. “규제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 모쪼록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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