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경제…소득주도 성장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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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국경제…소득주도 성장의 역습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9.0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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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수준 임금상승으로 루이스 변곡점 넘어…생산 및 외국인 투자 부진으로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중국 경제다. 지난해말부터 중국 경제에서 불길한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IT기업인 애플 쇼크도 바로 중국인들의 소비위축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인들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산업생산이 둔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의 고급 식당들이 지난 12월 성수기에 텅비었으며, 5성급 호텔들이 가격을 대폭인하하고, 호텔의 고급라운지가 텅비었다고 한다.

그 여파가 우리 수출에도 직격탄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4%나 급감했다. 전년도 12월에 15% 가까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최대교역국인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관광산업에도 타격이 오게 된다.

그러면 중국 경제가 최근들어 둔탁하게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통상압력이 영향일수도 있다.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중국 산업이 위축되고, 소비에 영향을 미쳤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2010년대에 급격하게 올라간 중국의 높은 임금 상승이 중국 경제의 경쟁력을 상실케 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났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성급하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불안한 움직임은 이른바 중국판 소득주도 경제의 내재적 모순이 파열하는 가운데 미국의 통상압력이 외부적 힘으로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 자료: Economic Intelligence Unit

 

10년전인 2008년 8월 LG경제연구원의 썬쟈(沈佳)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임금 상승 ‘세계 공장’ 시대 막 내리나?”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서 이 중국인 연구원은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이 현실화되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생산기지를 아예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며, “ 과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렸던 ‘봄날’은 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 노동시장은 잇따른 파업 사태와 급격한 임금 인상이 진행되었다. 대만기업 폭스콘 선전(深玔)공장의 연쇄 자살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들의 ‘노동 착취와 도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라, 폭스콘이 급기야 기본급을 900위안 에서 2,000위안으로 두배 이상 올렸다. 일본 혼다차 포산(佛山)공장도 34% 인상안을 타결했다. 선두기업들의 가파른 임금 인상은 ‘양떼효과’를 가져왔고, 그해 중국 14개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이 평균 20% 급등했다.

썬쟈 선임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아직은 중국 경제에 노동력 여력이 있지만,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줄어들어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Arthur Lewis)가 제시한 이론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하고 성장세가 꺾이는 개념을 말한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IMF를 비롯해 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은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 중국 경제가 루이스 전환점을 넘어서 성장세가 꺾이는 단계에 와 있다는 증거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덩샤오핑이 197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할 무렵 중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임금이었다. 1990년 중국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달러로 환산하면 37달러였고, 베트남은 54달러였다. 하지만 2016년엔 중국인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월 854달러로, 베트남의 201달러보다 4배 이상 비싸고, 멕시코의 384 달러보다 두배 이상이 된다.

2017년 2월 미국의 CNBC는 “중국산 제품은 더 이상 싸지 않다”('Made in China' isn't so cheap anymore)는 기사에서 중국의 제조업 인건비가 인도의 5배에 달하며, 유럽의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선진국 남아공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 자료: Trading Economics

 

중국의 임금이 이처럼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중국판 소득주도성장의 탓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황경진 연구위원은 2017년 11월에 발표한 ‘12차 5개년 규획 시기 중국 최저임금인상 배경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정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고속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성장방식을 투자주도에서 소비주도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12·5 규획(2011~2015년 경제계획) 시기에 최저임금 기준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해 평균임금을 4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리하여, 2015년의 경우 베이징시 평균임금은 33.24%, 텐진시 40.26%, 우루무치시 44.42% 각각 상승했다.

2008년 LG경제연구원의 썬쟈 선임연구원 보고서로 되돌아 가면, 중국의 고임금 정책의 이념적 바탕은 ‘함께 잘 살자’는 균부론(均富論)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이 이념은 후진타오 정부 때 생성되어 시진핑 정부에서 악셀레이터가 가해진 것이다. 선쟈 연구원은 “중국은 ‘임금인상 물결’을 ‘왜곡된 임금 수준의 정상화 과정’ 및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로 정의하고,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졌지만 더 이상 이럴 수가 없다’,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경제발전의 성 과를 향유해야 한다’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 김현민

 

지난해말 이후 중국의 소비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다보니,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게 되고, 외국인 투자도 감소하게 된다. 그 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최근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16.1% 급감했다. 이는 2012년 1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경기 불황이 예고될 때 소비자들이 비싼 내구재의 구매를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다. 내구재의 대표적 상품인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본다는 의미다.

기호품인 술·담배 소비 증가율도 11월 3.1%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술·담배의 1∼11월 누적 소비 증가율이 9.0%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인들의 쓸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기부진은 지난해 연말에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하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1월 50.2에서 12월 49.7로 하락했다. 차이신 PMI는 2017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이하인 경기 위축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해말에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8년 12월 공식 제조업 PMI도 49.4에 그쳐 2016년 7월 이후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하락했다.

11월 외국인직접투자도 작년 동기 대비 27.6% 감소해 136억 달러에 머물렀다. 외국인직접투자는 8월부터 3개월 연속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11월에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간 것이다.

 

▲ 그래픽: 김현민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둔화시키고, 이웃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인도로 공장이 옮겨 가고 있다. 중국의 2018년 성장률은 공식적으로 6.5%인데, 베트남과 인도의 지난해 성장률은 7%를 넘어섰다. 중국에서 공장이 베트남과 인도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썬쟈 선임연구원이 10년전에 예측한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렸던 중국의 ‘봄날’이 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부문의 부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소비재 업종에 은행 대출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로 금융채무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났다. 소비가 둔화되면 금융부실도 커지게 된다.

새해 들어 전세계의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을 더 치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금융부문의 부실이 터지면 급격한 위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영은행을 통해 금융부문의 부실을 틀어 막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생산과 소비의 둔화는 장기적 추세로 나타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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