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새해부터 알바 시장은 전쟁터…‘을과 을’ 갈등

주휴수당 피하려 알바 쪼개기 성행, 알바생은 메뚜기 신세…'꿀알바'에 권리금도 김현민기자l승인2019.01.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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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희망차게 밝았지만, 알바 시장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정 시행령대로라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30% 높아진다. 불똥은 곧바로 알바 시장에 튀었다. 일단 주 15시간을 피하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주 15시간이 넘지 않도록 알바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법령에는 도망갈 구멍이 있다. 법규를 강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구멍으로 튀는 게 심리요, 시장 논리다. 30%나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며 사업장을 꾸려나갈 재간이 없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주휴수당을 피할 구멍을 찾게 된다. 그 구멍이 바로 알바 쪼개기다.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10.9% 올라 시간당 8,350원이 적용된다. 지난해 인상폭 16.4%를 합치면 2년 사이에 29%나 오른 것이다. 여기에다 주휴수당까지 주어야 할 형편이나 사업주로선 곤혹스런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해말 최저임금 시행령을 통과시켜 1월 1일부터 적용하자, 알바 고용현장에선 새해벽두부터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사업주와 알바를 구하려는 근로자 사이에 대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휴수당을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알바 쪼개기다. 하루 7시간씩 주 3일을 일하는 알바를 고용하면 주21시간이 되므로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하루 7시간씩 주 2일의 일(14시간)을 주거나, 4시간씩 3일간 일(12시간)을 시키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부족한 근로시간을 메우려면 알바생을 더 쓰거나, 사업주의 가족들이 시간을 더 낸다고 한다.

피고용자가 늘게 되므로,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바생의 입장에서는 일감이 줄어들게 된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려면 알바 두어개를 더 뛰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곳을 옮겨다니는 메뚜기 알바가 늘어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그나마 알바 일자리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2년여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CU·GS25 등 편의점등에서 신규출점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고, 심야영업을 중단하는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알바생 모집에 수백대 1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당까지 꼬박꼬박 주는 사업장은 ‘꿀알바’로 통한다. 그 꿀알바를 넘겨주는 댓가로 프리미엄(권리금)을 받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법제화가 저임금층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규정을 피할수 있는 알바 시장에선 새 법류가 오히려 사회적 약자층에 피해를 주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은 7일 새해부터 알바 시장에서 벌어지는 대혼선을 사설로 다뤘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설에서 “'약자보호' 정책이 알바 일자리마저 '품귀'로 내몰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업주와 직원 간의 ‘을(乙) 대 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 사설은 “최저임금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에 주휴수당 쇼크까지 겹치면서 그나마 괜찮은 알바 자리는 거의 하늘의 별따기가 됐을 정도”라면서 “이런 결과 역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회적 약자가 혜택을 입을 것’이란 순진한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선거용 이념 상품이 공약으로, 정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은 ‘약자 보호’의 민낯”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최저임금 비명 소리”란 사설에서 “경제 생태계의 맨 아래쪽에서 어렵게 버티는 '을과 을' 사이의 갈등이 번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 사설은 “인건비 상승을 판매·서비스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면서 “서민 음식인 김밥·떡볶이 값이 작년 한 해 동안 5% 이상 오르는 등 외식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더 크게 오른 올해는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설은 이어 “애초 정부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할 때부터 예상됐던 사태였다”며 “서민 취약층과 저소득층의 비명 소리가 얼마나 더 커져야 경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 기막힌 현실에 눈을 돌릴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현민기자  inkim23475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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