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수에즈운하 개통, 이집트의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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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수에즈운하 개통, 이집트의 야심작
  • 김대호기자
  • 승인 2015.08.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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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시간 18시간에서 11시간, 대기시간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이집트가 6일(현지시간) 동북부 운하 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역사적인 제2 수에즈운하 개통식을 연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하루 동안 기차와 지하철의 무료 탑승을 허용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 제2 수에즈운하 공사 현장 /연합뉴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대규모 사절단 참석

이집트 수에즈운하청이 주축이 돼 이날 오후 1시45분부터 진행하는 공식 행사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 40여명이 참석한다.

각국 외교사절단과 사업가, 취재진 등 6,000여명도 이번 행사를 현장에서 지켜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단장으로 새누리당 박대출 김진태 의원, 전기정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이 특사단으로 참석한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표로 행사장에 온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첫 행사인 개회사를 통해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을 공식 선포한다. 행사 마지막에는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된다. 아이다는 이집트 국왕이 1869년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 건설을 기념해 작품을 의뢰, 탄생한 명작이다.

이집트 당국은 이날 수에즈운하와 맞닿은 이스마일리아와 수에즈, 포트사이드 일대 경비를 위해 군인과 경찰력 등 25만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공군 전투기와 해군 전함, 중무장한 특수부대도 개통식 행사장 주변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엘시시 대통령의 야심찬 메가급 프로젝트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은 엘시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깜짝 발표하고 나서 야심차게 준비한 메가급 프로젝트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은 채 국내 펀드로 기금을 조성하고 80여개 국내 업체와 4만3,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동원했다.

애초 공사 기간은 3년 정도로 예상됐으나 엘시시 대통령의 지시로 1년으로 단축됐다. 수에즈운하청은 지난 1년 동안 82억 달러를 투입해 전체 72km 길이의 제2 운하 건설 공사를 진행해 왔다. 72km 가운데 35km 구간에는 기존의 운하와 나란한 새 물길을 냈다. 나머지 37km 구간은 새 물길 없이 운하의 깊이를 24m로 확대하고 폭도 넓혔다.

이집트 정부는 벌써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 운하 개통으로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기시간은 평균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각각 줄 것으로 운하청은 예상했다.

또 새 운하가 생기면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해져 하루 평균 통과선박이 기존 49척에서 97척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통과 수입도 기존의 연간 53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132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란 수치도 내 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새 운하 사업이 일종의 과시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유럽행 유조선의 물동량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당장 수입이 대폭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전체 193km에 달하는 현재의 운하 길이에서 35km 구간만 새 물길을 낸 만큼 제2의 수에즈운하로 보기엔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중해~홍해 잇는 운하, 산전수전 146년 역사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는 164km 길이로 1869년 11월17일 역사적인 개통을 했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운하 개발 특허권을 받은 프랑스인 페르디낭 마리 드 레셉이 1859년 4월25일 지중해 도시 포트사이드에서 기공식을 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유럽과 아시아 간 항로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갈 때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 과정에서 이집트인 수십만명이 강제노동에 동원됐고 이 중 수천명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 영양실조와 과로, 전염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재정이 파산 지경에 이른 이집트 정부는 1875년에 국가 소유의 수에즈운하회사 주식 지분을 영국에 매각, 영국의 내정간섭 빌미를 제공했다. 

1952년 이집트 자유장교단의 혁명으로 집권한 나세르 정권은 1956년 7월 구소련과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에즈운하를 전격 국유화했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가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공격하면서 제2차 중동전이 발발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저항과 미국의 개입으로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개국 군대는 철수했고 수에즈운하도 다시 이집트의 품으로 돌아갔다.

제2차 중동전으로 5개월간 폐쇄됐던 수에즈 운하는 1967년 제3차 중동전 때 다시 폐쇄됐다. 그러다가 1973년 제4차 중동전을 거쳐 1975년 6월에 통행이 재개됐다.

현재 수에즈운하청이 공식적으로 내놓는 수에즈 운하의 총길이는 193.3㎞다.

연간 통과 선박 수는 개통 당시인 1869년 10척에 불과했지만 1976년에 1만 척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03개국의 선박 1만7,000여척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이곳을 통과하는 주요 화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식량과 원재료, 공업제품이 주종이었다. 그 이후에는 석유 수송의 비중이 높아져 현재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8%가 수에즈운하를 거치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이집트 경제의 버팀목이다.

지난해 수에즈운하 전체 통과 수입은 53억 달러였다. 수에즈운하 통행료는 관광 수입, 해외근로자 송금에 이어 이집트에서 3번째로 큰 외화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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