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의 영토확장은 1853년 12월 30일 이른바 ‘개즈던 매입’(Gadsden Purchase)으로 마무리된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 남쪽의 7만6,800㎢의 땅을 미국은 단돈 1,000만 달러를 멕시코에 주고 매입한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억7,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000억원쯤 된다. 넓이는 대한민국의 4분의3 정도다.

거의 헐값으로 샀다. 5년전에 끝난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멕시코 수도까지 점령했으니, 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약간의 돈을 주고 거저 뻿다시피한 것이다.

당시는 철도의 시대였다. 1846~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 이후 국경선이 그어졌지만, 미국 이주자들이 멕시코 영내로 이주해 말썽을 부렸다. 철도업자들이 새로 확보한 땅은 지대가 높아 철도 건설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연방정부는 멕시코 국경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철도사업가로 변신한 제임스 게즈던(James Gadsden)을 멕시코 대사로 보내, 이 땅의 구입을 협상토록 했다.

협상 도중에 미국은 테우안테펙 지협(Isthmus of Tehuantepec)의 운영권을 양도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 지협(地峽)은 대서양과 멕시코 만(灣) 안쪽의 코아차코알코스와 태평양쪽 살리나크루스를 연결하는 좁은 지역으로, 길이는 201km에 불과하다.

이 곳에 철도를 놓거나 운하를 뚫으면 태평양과 대서양의 물류가 연결된다. 당시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의 태평양 연안 지역을 얻은 때여서 동과 서를 연결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때마침 캘리포니아에 골드 러시(1848년)가 일어 동서를 해상 연결망이 급속하게 대두되었다.

멕시코도 독립 초기에 미국과의 전쟁에서 졌지만, 돈이 필요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지협에 운하든, 철도든 건설할 권리를 팔겠다고 했다. 지협을 중심으로 480km 넓이의 운영권도 주겠다고 나왔다.

1847년에 영국의 은행이 그 권리를 샀다. 영국은 이미 온두라스 인근 벨리즈(Belize)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중앙아메리카를 넘보고 있었다. 미국은 영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국가의 간섭을 배제한다는 이른바 먼로 선언(Monroe Doctrine)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이 땅에 대한 권리를 미국이 사겠다고 나왔다. 앞서 뉴욕의 사업자가 2만5.000 달러(지금돈 60만 달러)를 주고 그 권리를 샀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 곳에 교통시설을 깐 다음 멕시코 물류는 20% 디스카운트 해준다는 조건으로, 운영권 매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우물쭈물했다. 자칫하다간 미국과 영국이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들은 중간에서 막을 도리가 없었다. 영국은 당대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미국은 이웃의 강대국이었다. 미국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일방적으로 군사개입을 할 권리를 삽입하겠다고 나왔다. 멕시코는 그 조항은 무리라고 했다. 미국은 그 조항을 빼줬다.

마침내 실무선에서 지협의 운영권 양도에 관해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멕시코 의회가 비준을 거부했다.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뉴욕의 사업가는 연방정부에 군사적 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군사 개입을 거부했다. 영국과의 충돌을 우려한 것이다.

결국 미국은 테우안테펙 지협 운영권에 대한 협상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게즈던 매입에만 타결했다.

제임스 개스던은 1853년 12월 30일 멕시코 시티에서 계약을 체결했고, 그 뒤 일부 수정되어 1854년 4월 25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비준되었다.

미국은 개즈던 매입으로 딥 사우스의 경로를 따라 대륙 횡단 철도를 건설하고자 했다. 또 1846~1848년의 멕시코-미국 전쟁 이후 첨예한 국경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김인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