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므누신-파월 리스크에 글로벌 증시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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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므누신-파월 리스크에 글로벌 증시 패닉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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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꼐 금융시장 3대축의 불협화음…투자자들, “뭔가 있는게 아니냐” 투매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가뜩이나 주가가 빠진데 이어 세계 금융본산인 미국의 정치권에서 보여준 양태가 불안하기만 하다.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의 비위를 맞추느라 과잉 반응을 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그리고 경질 위기에 빠져 있는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

글로벌 증시가 지구 회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낙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러다가 어디에선가 실제로 눈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오전장으로 끝난 뉴욕증시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다우존스 지수는 24일 653.17포인트(2.91%) 급락한 21,792.20에, S&P500 지수는 65.52포인트(2.71%) 내린 2,351.10에, 나스닥 지수는 140.08포인트(2.21%) 내린 6,192.92에 거래를 마쳤다. 이브날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에도 여는 도쿄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25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1,010.45포인트(5.01%) 폭락한 19,155.74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가 2만선이 붕괴한 것은 1년 3개월 만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이 나서 “금융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다”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시장은 귀를 귀울이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금융감독당국이 저녁에 긴급회의를 갖고 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문제는 마진콜이다. 주가가 급락하다보니 은행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출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주식을 팔게 되고, 이러한 매도가 주가를 더욱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김현민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 패닉을 가져다 준 사연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3대 축인 대통령과 재무장관, Fed 의장 사이에 미묘한 틈이 벌어진 것이 시장을 불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주가를 자신의 정책 점수로 간주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뉴욕 증시가 가라앉으면서 나스득 지수는 20% 이상 떨어져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고, 블루칩 지수인 다우존스와 S&P500 지수도 약세장에 근접해 있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이 중앙은행을 책임지고 있는 제롬 파월(Jerome H. Powel) 의장의 탓으로 돌렸다.

지난주말(21일) 블룸버그 뉴스는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경질할지 모른다고 보도하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대통령이 그런 의사가 없다”고 진정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이 튀는 행동을 했다. 금융시장에 손을 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재무 장관은 일요일인 23일에 6대 은행 CEO들에게 컨퍼런스 콜을 했다. 이 무렵 대다수 은행 최고경영자는 멕시코나 플로리다로 휴가를 가 있는 시기이지만, 재무장관이 긴급 전화를 걸어오니 받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도 플로리다에 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하원의 예산 거부 사태를 대처한답시고 워싱턴에 주저 앉은 상황이다. 므누신 장관은 6대 은행장들로부터 “대출할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월요일인 24일, 므누신은 금융시장에 대한 워킹그룹을 소집해 컨퍼런스 콜을 가졌다. 여기에는 연준(Fed)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측이 포함되었다. 금융감독당국을 모아 놓고 뭔가 회의를 하면, 금융시장이 안정감을 갖게 되어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믿었던 것일까.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거꾸로 갔다.

재무장관이 휴일에 은행장과 컨퍼런스 콜을 갖고 자금이 얼마 있냐고 묻고, 감독당국을 불러 시장 안정을 의논한다는 것은 뭔가 시장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워킹그룹이 마지막으로 소집된 것은 10년 전인 금융위기였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므누신 장관의 워킹그룹 소집은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롬 파월 Fed 의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위키피디아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질렀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Fed 의장 경질설에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던 트럼프는 트위터 한방을 날렸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 경제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Fed"라며 "그들은 시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정을 넣어 한마디 더 했다. “Fed는 힘은 좋은 골퍼이지만, 터치도 않고, 퍼팅도 할줄 몰라 점수를 잃는다”고 비아냥거렸다.

 

드디어 뉴욕 월가에선 정말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경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게 되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 관련법을 들여다보고, 대통령이 Fed 의장을 경질할 근거가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그럴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멘트들을 내보내고 있다.

 

므누신 장관도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폴 오닐(Paul H. O’Neill)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 두달 동안에 유동성에 문제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서 “므누신이 시장 불안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오닐은 이어 “므누신이 변덕스러운 보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주가가 하락하자 므누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므누신 리스크가 트럼프의 타깃이 되고 가고 있다”면서 재무장관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했다.

뉴욕 주가를 자신의 점수로 보는 트럼프와 그의 장관들이 스스로 점수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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