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급락에 벌어진 파월 Fed 의장 해임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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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급락에 벌어진 파월 Fed 의장 해임 해프닝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2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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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해임 검토 보도에 워싱턴 정가 발칵…재무장관 나서 없었던 일로 무마

 

이번 주말 휴일에 미국에서 느닷없이 중앙은행 수장 해임 논란이 벌어졌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이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분노가 컸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없던 일로 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논란의 발단은 블룸버그 뉴스의 보도였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인지, 측근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분노가 주말에 가라앉길 기대한다.”라는 보도를 21일 저녁에 내보냈다.

 

▲ 제롬 파월 Fed 의장 /위키피디아

 

이 보도가 나가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사상 초유로 대통령이 Fed 의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뜩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대통령과 견해차이로 사임을 발표한 와중에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질 소지도 있었다.

워싱턴 정가의 지도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충고와 비난을 쏟아냈다.

집권 공화당 수뇌부도 트럼프의 시도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상원 금융위원장을 지낸 리처드 셸비(Richard Shelby, 공화)는 트럼프의 그런 시도에 대한 공개 경고를 보냈다. 그는 “그런 일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이 우리 뱅킹 시스템의 근간이다.”고 밝혔다. 공화당 상원의원 패트릭 투미(Patrick Joseph Toomey, 펜실베이니아)는 “파월 의장이 해임 경고를 받을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은 대놓고 비난했다.

금융위원회 소속 민주당 상원의원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오하이오)는 성명을 내고, “Fed의 금융정책이 만장일치라는 점에서 파월 의장을 내쫓으려 하는 것은 불법이며, 비효율이며,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 워너(Mark Warner, 버지니아)도 트럼프의 Fed 수장 제거 움직임을 반대했다.

 

조용해야 할 주말이 트럼프의 파월 해임 가능성으로 시끄웠다. 그러자 스티브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부 장관이 나섰다. 그는 두차례에 걸쳐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우선 므누신 재무장관은 행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견해차가 있었고,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는 문제를 고려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럴 권한이 없기에 그만두었다고 설명했다.

므누신은 트위터에서 “Fed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며, 금리 인상과 Fed의 금융긴축정책이 현재의 시점에서 대단히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 트럼프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을 제안한 적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므누신은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시사한 적이 결코 없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내쫓으려 했는데, 내쫓지 못했다는 얘기다.

 

므누신 장관의 트위터 내용

“I have spoken with the President @realDonaldTrump and he said “I totally disagree with Fed policy. I think the increasing of interest rates and the shrinking of the Fed portfolio is an absolute terrible thing to do at this time,...

especially in light of my major trade negotiations which are ongoing, but I never suggested firing Chairman Jay Powell, nor do I believe I have the right to do so.”

 

▲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트위터 캡쳐

 

미국 중앙은행법인 연방준비제도법에는 대통령이 '적법하고 구체적인 이유로' Fed 이사를 임기 이전에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Fed 의장을 해임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손상되고, 금융정책의 안정성이 무너질 우려가 높다. 게다가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불안한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수 있다.

지난주 5영업일 동안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6.87%, S&P 500 지수는 7.05%, 나스닥은 8.36% 주저 앉았다. 주간 낙폭으로는 2011년 8월 이래 최악이며, 주가는 17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애플, 구글, 페이스북등 미국 기술주들이 포진한 나스닥 나스닥 지수는 지난 8월 고점과 비교해 22% 하락해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S%P500 지수, 다우존스 지수등 블루칩 지수도 올해 고점 대비 17.5%, 16.3% 하락해 조정(correction) 단계를 넘어 약세장에 근접했다.

트럼프는 뉴욕 증시의 하락을 제롬 파월 의장의 금리인상 탓으로 보고 분노한 것 같다.

 

▲ 그래픽=김현민

 

트럼프는 2017년말 제닛 옐런(Janet Yellen) 의장의 임기가 끝나자 새 Fed 의장에 제롬 파월을 선임했다.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Fed 의장이 연임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트럼프와 사이가 나빴던 옐런은 단임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소동은 미국 중앙은행의 위상을 말해준다. 중앙은행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금융정책을 펼치는 독립성이 강조된 것이다. 트럼프도 중앙은행 수장을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Fed 의장을 쫓아낼 권한이 있기 때문에 파월 의장에게는 큰 경고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트럼프 다운 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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