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뉴욕증시…너무 오래, 많이 올라 불안감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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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뉴욕증시…너무 오래, 많이 올라 불안감 누적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22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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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약세장 전환…소비·투자에 부정적 영향, 미국 경제에도 악재

 

뉴욕 증시가 불안하다. 하루 폭락한 것을 보면,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할수 있지만, 1주일 하락폭과 정점 대비 하락폭을 보면, 일종의 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21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414.23포인트(1.81%) 하락한 22,445.37, S&P 500 지수는 50.84포인트(2.06%) 내린 2,416.58에, 나스닥 지수는 195.41포인트(2.99%) 급락한 6,332.99에 장을 마쳤다.

통상 크리스마스 직전에 오는 ‘산타 랠리’(Santa rally)는 이미 물건너 갔다. 산타 할아버지가 증시를 떠나 다른 산천을 헤메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일주일치(5영업일)을 기준으로 보면, 다우존스 지수는 6.87%, S&P 500 지수는 7.05%, 나스닥은 8.36% 내렸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 주간 낙폭은 2011년 8월 이래 최악이며, 주가는 1년 상승분을 까먹은지는 오래고 17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애플, 구글, 페이스북등 미국 기술주들이 포진한 나스닥 시장의 하락폭이 치명적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8월 고점과 비교해 22% 하락해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S%P500 지수, 다우존스 지수등 블루칩 지수도 올해 고점 대비 17.5%, 16.3% 하락해 조정(correction) 단계를 넘어 약세장에 근접했다.

나스닥 지수만으로 뉴욕증시 전체를 약세장이라고 규정하기 힘들지만, 올해 앞으로 남은 며칠동안 블루칩 지수가 지금의 추세로 떨어지면 약세장의 가능성이 있다.

 

▲ 그래픽=김현민

 

주가 하락의 이유는 많다.

정당간 대립으로 인한 연방정부 셧다운, 연준(Fed)의 금리인상 기조 유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사임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불안, 브렉시트 협상 교착, 미중 무역갈등….

이런 악재들이 한꺼번에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미디어들은 떠들고 있다.

하지만 호재도 많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 실업률은 50년만에 최저이고, 여러 경제지표들이 튼실하게 나타난다. 미중 무역갈등도 연초보다 완화되었다.

 

▲ 그래픽=김현민

 

문제는 주가가 오랫동안 너무 올랐다는 사실이다.

뉴욕 증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위기 이후인 2009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무려 9년 6개월동안 상승장(bull market)을 유지했다. 뉴욕증시 사상 최장의 기록이다.

1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6,000대에서 2만6,000대까지 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이 기간에 333%나 상승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월가에는 수조 달러의 돈이 유입되었다. 돈이 돈을 부풀리는 장세가 만들어졌다.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라는 명함을 가진 자들은 증시 상승세가 한 없이 올라갈 것처럼 말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고, 트럼프의 산업 중시 정책이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주가는 무한정 오를수 없다. 정점이 어딘지 모르지만, 오르고 올라 어느 순간에 여기가 정상인가 할 때 사람들은 뒤를 되돌아보게 된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의 뉴욕증시 장세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라고 비유했다. 피드백 루프란 한창 진행되다가 너무 빨리 가거나, 너무 멀리 갔을 때 되돌아 가게 하는 장치다. 일종의 되새김질이라고 할수 있다.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너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다시 오를 거다”고 하지만, 군중들은 “이제 나가야 할 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럴 때 군중들은 좋은 소식에 귀를 막고 나쁜 소식에 귀를 연다. 트럼프가 어떻고, 미중 관계가 어떠하고, 영국이 EU에서 떨어져나가는 게 불길하게 들린다. 조그마한 잡음에서 빠져나갔고, 그러기를 몇주 이어나간 것이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를 보면, 그나마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구체적인 지수들을 보면 엄청나게 가라앉았다. 중소기업주들만 모아 놓은 러셀(Russell)2000 지수도 약세장에 진입했고, S&P500 지수를 산업별로 분류한 지수 가운데 11개가 이미 약세장에 들어갔다. 에너지주들은 28%나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에 주가가 20% 이상 내려간 하락장은 두 번 있었다. 그 첫 번째가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이고, 두 번째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닥쳐왔을 때였다.

두 번의 약세장에 Fed는 금융완화(easing) 기조로 전환해 유동성을 풀어 증시에 완충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번달에 금리를 올린데 이어 내년에도 긴축(tightening) 기조를 갈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가 좋기 때문에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일 주가가 하락하자 Fed도 덜컥 겁이 난 듯하다. 미국 지방 연준 가운데 가장 힘이 센 뉴욕 Fed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21일 장중에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재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도 주가 하락을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 뉴욕증권거래소(NYSE) /위키피디아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 미국 경제에도 나쁜 영향이 미친다.

미국인들의 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소비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2가 되기 때문에 치명적일수 있다.

기업의 투자도 불안케 한다.

애플은 지난 8월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아마존도 그에 근접했다. 하지만 지금은 애플의 시가총액이 7,150억 달러로 주저 앉았고, 아마존도 최고에서 3분의1이나 까먹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23% 가라 앉았다. 화웨이 사태로 아이폰 사용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등이 악재가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이끈 IT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투자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내년 미국 경제나 증시를 질척거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업공개를 앞둔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차량 공유 IT기업들은 상장을 연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런 것은 뉴욕 증시의 하락장세가 덜컹거리며 폭락과 폭등 장세를 연출하지 않고 완만하게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일치하는 어느 지점에서 하락이 멈추고, 올라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아 여전히 좋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뉴욕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덜컹거릴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시장의 약한 고리, 특히 신흥시장에서 충격파가 던져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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