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오늘] ‘미국의 세기’ 연 백색함대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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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오늘] ‘미국의 세기’ 연 백색함대 세계일주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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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대통령 주도로 미국 전함 28척 항해…미국의 힘 과시

 

1907년 12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햄프턴 로즈(Hampton Roads) 항에 관중의 환호 속에 해군 함정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미국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의 사열을 받으며 총톤수 22만4,705톤에 이르는 28척의 함대가 체사피크만을 빠져 나갔다.

하버드대 시절부터 해군의 중요성을 연구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말기에 미국의 해군력을 전세계에 과시하고 싶었다.

미국은 이 거대한 함대를 ‘위대한 백색함대’(the Great White Fleet)라고 이름지었다.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쿠바와 필리핀을 얻은 미국으로선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내해로 바라보았고, 러시아의 발틱함대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태평양에서 일본에 패배한 꼴을 본 뒤, 미국의 힘을 과시하자는 의도였다.

 

▲ 미국의 백색함대 /위키피디아

 

이 함대는 1년 하고도 2개월동안 지구를 돌고 루스벨트 퇴임 직전인 1909년 2월 22일에 버지니아 햄프턴 로즈항으로 돌아왔다.

백색함대는 전함 16척에 보조함을 포함해 모두 28척으로 구성되었다. 함대 외부엔 백색을 칠했는데, 이는 평화를 상징했다. 미국이 전쟁 국가가 아닌 평화의 나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첫 기항지는 남미의 스페인령 트리니다드였고, 이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남미 끝의 마젤란 해협을 건너 칠레, 페루, 멕시코를 거쳐 미국 땅인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당시엔 파나마 운하가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미 대륙을 빙 둘러 갔다.

 

▲ 마젤란 해협을 지나는 백색함대 /위키피디아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함대는 미국령 준주였던 하와이를 들러 영국 영토였던 뉴질랜드, 호주를 거쳐 자국령인 필리핀, 일본 요코하마, 중국 샤먼(廈門), 영국령인 쓰리랑카, 이집트 수에즈운하, 지브롤터를 거쳐 출발지인 버지니아로 돌아왔다.

미국으로선 이 위대한 여정이었다. 함대 기항지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남미 남단의 마젤란 해협을 돌 무렵에는 아르헨티나의 항의도 받았다. 왜 브라질은 방문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스쳐 지나 가냐는 것이었다. 미국 서부 항구를 돌 때엔 대규모 행사도 치러졌다. 수병들이 의장대 시범을 비롯한 시내 행진을 펼쳤고, 미국인들은 자국의 위대한 힘에 환호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에서는 10만 인파가 미국의 함대를 환영했다. 호주 시드니항에는 60만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국의 퇴보가 뚜렷하고 일본의 기세가 올라가는 분위기에서 미국 해군이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의 표시였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의 백색함대 환영인파 /위키피디아

 

일본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일본 해군은 연합함대를 편성해 미국의 함대와 나란히 요코하마항에 입항하는 행사를 치렀다. 일본 어린이 5만명이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국가를 불렀고, 일본 천황은 백색함대의 장교들을 초청해 식사를 베풀었다. 중국에선 불만을 샀다. 함대의 반쪽만 기항시켰기 때문이다.

432일간, 8만2,000여㎞의 항해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함대에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퇴임을 10여일 남겨둔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함인 커네티컷호의 포탑 위로 올라가 수병들에게 “가장 웅장한 단상 위에서 나는 감히 말한다.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러분들이 지나온 길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수병들은 함성을 질렀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09년 2월 22일 대항해를 마치고 버지니아 햄프턴 로즈항에 입항한 백색함대 기함 커네티컷호에 올라 수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백색함대의 세계일주 이후 미국은 더 이상 고립주의 국가로 남지 않았다. 태평양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30여년후 일본은 태평양의 제해권을 쥐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지만 태평양은 미국의 것임이 확인되었다.

 

▲ 백색함대의 항로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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