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공주가 체포된 까닭은?…中 정부·군부와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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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공주가 체포된 까닭은?…中 정부·군부와 밀착
  • 김인영 에디터
  • 승인 2018.12.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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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성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이 큰 몫…미·중간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

 

캐나다 당국이 중국 굴지의 IT기업 화웨이의 부회장 멍완저우(孟晚舟)를 체포하자, 중국과 미국, 캐나다 사이에 외교적, 경제적 긴장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멍완저우(46)는 화웨이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 74)의 맏딸이자, 화웨이의 돈줄을 쥐고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중국인들을 격노케 한 것은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지난 1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을 하면서 두나라 사이의 무역전쟁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던 날에 캐나다 벤쿠버에서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된 것에 미국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분노다.

둘째는 미모가 출중한 중국의 딸이자 화웨이의 공주를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우했다는 것이다. 멍완저우는 홍콩에서 멕시코로 가는 도중에 벤쿠버에서 환승하려고 했는데, 캐나다 경찰이 공항에서 체포해 구치소까지 수갑을 채워 데려갔다는 것이다.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여성 경제거물을 범죄자 대우를 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격앙해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캐나다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고, 캐나다 저스틴 트뢰도 총리는 연방정부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어쨌든 사건은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전개되고, 시스코와 같은 미국 기업은 직원들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분위기다.

 

▲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화웨이 사이트

 

그러면 미국은 화웨이 공주를 체포하도록 캐나다 경찰에 요청했을까.

그 이면에는 미국이 화웨이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는 예시들이 나타나고 있다.

▲ 런정페이 회장 /위키피디아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중국 군부 출신이다. 아버지가 국민당에 부역했던 이유로 런정페이는 인민해방군에서도 공산당에 입당하기 어려운 처지였지만, 군에서 기술자로 성공하면서 1978~1982년에 국가과학위원회에 파견되기도 했다. 1983년 그는 39세의 나이에 전역을 했다.

그 무렵 중국 정부는 열악한 통신시설을 현대화하고, 통신네트워크를 연결하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1980년대말엔 중국에서 초보적인 통신기술이 외국과 벤처업계를 통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인민해방군에서 기술분야 책임자로 일해온 런정페이는 1987년 화웨이를 창업한다. 화웨이(華爲)라는 회사 이름에도 국가주의 냄새가 난다. ‘중국은 할수 있다’(China is able)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많은 중국 벤처기업들은 외국기업과 제휴해 기술도입을 시도했지만, 외국기업들은 중국에 기술이전을 기피했다. 이에 런정페이는 외국 기술을 모방해 자체 기술을 쌓아가기로 결정한다.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에 따르면 화웨이는 국영 은행으로부터 8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창업했다고 한다.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국 통신망을 부설하는 계약을 따냈으며, 1994년 장쩌민 국가주석으로부터 국가통신시설에 대한 주문을 받는다. 1996년에 화웨이는 베이징 시정부로부터 통신제조업자로 지정되고, 이후 외국기업의 참여를 배제된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화웨이의 급성장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국가의 보호 아래 독점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서장기반을 형성한 화웨이는 1990년대말부터 해외로 진출한다.

 

▲ 중국 선천의 화웨이 본사 /위키피디아

 

시장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화웨이는 공정 경쟁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중국 당국에 의해 보호된 시장에서 성장하고, 그후에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군부에 밀착했다는 의혹을 사게 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는 이미 오래 되었다. 인도 정부가 런정페이 회장이 중국 군부와 공산당에 밀착되어 있다고 지적했을 때 미국 정부도 그 주장에 공감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화웨이가 미국 가전회사 3콤(3Com)을 인수하려 했을 때 국가안보를 이유로 저지했다. 아울러 일본 소프트뱅크가 화웨이와 함께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하려 했을 때 소프트뱅크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런정페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는 중국 건설은행에 다니다가 아버지가 화웨이를 창업하자 비서로 들어가 지금은 돈줄을 쥔 후계자로 부상했다.

▲ 화웨이 로고 /위키피디아

동양인인데 아버지와 딸의 성(姓)이 다르다. 그 이유는 런정페이가 첫 번째 부인 멍 쥔과 이혼한후 16살 때 남동생 멍핑과 함께 어머니 성으로 개명했다. 두 오누이는 모두 화웨이에 근무하고 있다. 런정페이는 두 번째 부인에게서도 아들을 두고 있다.

미국 수사당국이 화웨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래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4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2016년부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제를 피해 금융거래를 해왔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었다. 멍 부회장이 이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스카이콤'(Skycom)이라는 유령 업체를 동원해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혐의다. 그는 화웨이와 스카이콤은 별개 회사이며 스카이콤을 2009년 매각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수사당국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멍 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8월 22일 미 뉴욕동부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상태였고, 미국 당국은 그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캐나다에 협조를 요청했다. 멍 부회장이 멕시코로 가는 도중에 경유지인 밴쿠버에서 1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중국기업인의 체포와 비교할수 없다. 미·중간에 무역전쟁 휴전이 약속된 날에 벌어진 점, 중국 대기업의 딸이 체포된 점 등에서 감정적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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