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롯데' 정서 확산,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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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롯데' 정서 확산,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이다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8.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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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계열사 소유 실태 파악 중, 위법시 총수도 형사처벌"

롯데그룹의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 족벌의 '손가락 경영',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반(反) 롯데' 정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단체들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고,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롯데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재벌 개혁이 이슈로 부상했다. 국세청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알짜 면세점인 롯데 소공점의 재승인 사안이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롯데의 해외 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 현황)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동일인(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소유구조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 전체 해외 계열사의 주주 현황, 주식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 자료를 이달 20일까지 제출할 것을 지난달 31일 롯데 측에 요청했다.

 

▲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라는 사실이 국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롯데그룹 본사와 롯데호텔. /연합뉴스

 

외국에 소재지가 있는 해외법인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국내에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사 범위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면 해외 계열사 자료도 요청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만약 신 총괄회장이 이런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에 있는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국내회사를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해외 계열사를 통한 전체 지분율도 충실히 보고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광윤사나 'L투자회사'의 소유구조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면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공정위의 실태 파악 결과 롯데 총수 일가가 해외법인을 통한 국내 계열사 지배구조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동일인인 신 총괄회장까지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롯데 측으로부터 해외 계열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위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일본 당국에 협조 요청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오후 열리는 당정협의에 참석,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공정위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앞서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4일 "롯데 사태는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인 작태를 드러낸 단면"이라며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80여 개에 가까운 롯데 계열사의 전 제품이 대상이다.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 추진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소비재 제조와 유통산업이 중심인 만큼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그룹 전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롯데 경영 감시를 강화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이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 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2.33%)의 2대 주주인 만큼 이번 롯데 분쟁으로 생긴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공단이 롯데 주주총회를 소집해 따지라고 주문했다.

여야 정치권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서 의원은 "롯데는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기업이지만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며 개혁 필요성을 거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차제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입법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호텔롯데의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12개로 나뉜 L투자회자들의 보유 지분이 72.65%에 달한다. L투자회사는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80개에 가까운 롯데그룹의 자산 규모는 93조4,000억원이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고작 0.05%, 자녀 등 친인척의 지분도 2.36%에 불과하다.

총수 일가의 이런 '쥐꼬리' 지분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416개에 이르는 순환출자를 비롯한 계열사 출자로 그룹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총수 경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롯데 계열사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도 확대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이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세청이 대홍기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언제든 여타 관련 기업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 롯데그룹의 수상한 지배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하고 있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그 실체에 접근해 불법행위를 포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측은 주력사업으로 연말 재입찰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사태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배정하는 사실상 특혜사업인 면세점을 롯데에 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심사로 5년마다 재입찰이 이뤄지는 면세점 사업은 여론의 향배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특히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서울시내 6개 면세점(HDC신라, 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면세점 제외)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면세점이다.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도 사실상 미뤄졌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4%),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3.5%)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후계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기업공개 무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롯데그룹이 부산 북항에서 추진하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도 오너 리스크로 인해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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