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에서 블루오션 찾는 일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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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에서 블루오션 찾는 일본 기업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8.11.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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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용 카탈로그, 야외용 모기향 등…철저한 고객 타기팅 전략 주효

 

새로운 상품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에 잘 나가던 제품과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바뀌는 것은 시장경제의 숙명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사양산업과 제품에서도 성공하는 제품과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사양 산업에서 불루오션을 일으킨 일본 기업과 제품을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과 서비스의 타깃 소비층을 좁고 명확히 잡은 ‘철저한 고객 타기팅’이다. 사양산업에서는 시장이나 잠재고객을 무작정 넓히기보다는 매출 및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까지 타깃을 가능한 좁히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된다는 사실이다.

 

①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는 통신판매기업

일본에서도 인터넷 기반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카탈로그를 통한 통신판매는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사이타마(埼玉)현에 위치한 카탈로그 통신판매 전문기업 주식회사 벨루나(ベルーナ)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이 늘어나고 있다. 벨루나는 2018년 3월 기준 매출액 1,616억엔(약 1조7,000만원)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130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적자를 기록한 2009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이 회사의 특징은 타깃을 세분화해 경쟁 기업이 손을 대지 않는 고객층을 확보하는데 있다. 댄스 의상 전문 카탈로그, 술에 특화한 카탈로그 등 전문적인 분야의 통신판매에 주력해, 현재 160종 이상의 카탈로그를 총 400만 부 발행하고 있다.

벨루나의 성장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간호사를 대상으로 통신판매다. 이 분야는 경쟁기업이 거의 없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일본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사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같은 병원 내에서도 간호복이나 실내화 등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다. 이들 제품의 비용은 병원이 지불하지만, 구매할 제품 선정은 간호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벨루나는 자사가 개발한 간호사용 제품을 중심으로 타사 브랜드 제품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하고 있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책자 ‘NURSERY’와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위주로 하는 책자 “infirmire’ 두 종류를 발행해 업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가 간호사용 제품의 통신판매만으로 얻은 매출액이 연간 약 80억엔(약 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카탈로그 통신판매를 이용하는 간호사 회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벨루나는 주력 업종에서 획득한 고객층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간호사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간호사 전문 전직 알선 서비스다. 일본에서 간호 인력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벨루나는 이 서비스를 2017년부터 개시해,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벨루나가 발간하는 간호사 전용 통신판매 책자 /후쿠오카 무역관

 

② 임업 근로자의 필수 아이템, 모기향

일본에서도 모기향은 시장규모 축소가 두드러진 소비재 중 하나다. 젊은 세대는 모기향을 기피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연기가 발생하고 향이 진한 모기향보다는 스프레이형 제품이나 콘센트에 꼽아서 쓰는 전기 모기약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와카야마(和歌山)현에 본사를 둔 모기향 전문기업 코다마(児玉)형제상회가 제조, 판매하는 ‘파워신린코’(パワー森林香)는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 2018년에 24만 개가 팔리는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제품은 야외용 제품으로 일반 모기향과 비교해 약제 성분이 20배 이상 강력하게 발산되며 연기도 매우 강하다. 모기뿐만 아니라 각종 해충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산이나 숲 속에서 벌목, 묘목 심기, 정전 등 임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해당 제품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20년에 설립해 종업원 45명을 두고 있는 파워신린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주요 타깃 고객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제품을 개량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고객층을 획득해 향후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이 회사의 제품은 일반적인 모기향과 달리 원료를 핑크색으로 염색한다. 작업 중에 산 속에 떨어뜨려도 바로 눈에 띌 수 있도록 해 제품으로 인한 산불 위험을 최소화했다. 제품 두께를 일반 모기향보다 약 1.5배로 설계해 한 개 제품으로 5시간 효과가 내 작업 중 교체에 따른 번거로움을 줄였다.

파워신린코의 장점은 별도로 판매되는 전용 케이스다. 내부에 금속으로 된 돌기가 여러 개 달려 있어 격렬하게 움직여도 제품이 고정되며 비가 와도 불이 꺼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벨트에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다.

코다마형제상회에 따르면, 최근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해당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캠핑족이나 야외 스포츠 관람객 등 새로운 고객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초강력 모기향 ‘파워신린코’ /후쿠오카 무역관

 

③ 식기 시장에서 생존한 기업

일본식 식기인 와쇼키(和食器) 시장은 외식산업의 발달, 인구 감소, 저가 제품 범람 등으로 사양길을 맞고 있다. 절정기에는 1만2,000개사였던 와쇼키 전문 판매기업은 현재 2,000개사로 감소해 80% 이상의 기업이 폐업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 소재 식기 전문 판매기업인 주식회사 키쿠야(菊屋)는 경영 차별화 전략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1952년 설립, 종업원 286명인 키쿠야의 가장 두드러진 경영전략은 판매점포의 입점 전략이다. 47개 전 점포가 본사 겸 창고로부터 반경 30km 안에 위치하도록 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깨지기 쉬운 식기는 운송비가 비싸 물류 효율화는 매우 유효하다.

일본 와쇼키 시장은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제품과 100엔숍에서 주로 판매되는 저가 제품으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키쿠야는 품질이 좋으면서 고급제품보다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주축으로 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키쿠야는 ‘3~5인으로 구성된 가족’이 즐겨 찾는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해 고객 타깃팅을 명확히 하고 있다. 키쿠야의 47개 판매점포 중 45개를 대형 쇼핑몰 내에 두고 있다.

점포별로 판매하는 제품 라인업 구성을 각 점포의 점장에게 일임하는 것도 특징이다. 점포별로 미세하게 다른 고객 수요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해 맞춤형으로 대응한다. 가령 신혼 부부가 많은 재개빌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디자인 위주의 제품군을, 노년층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손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어린이용 식기류를 다양하게 비치한다.

키쿠야의 매출은 최근 5년 연속 증가했는데, 2019년도엔 창립 이래 최초로 28억엔(약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자료: 후쿠오카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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