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주] 이번 주말엔 어떤 동화책을 읽을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이야기하는 그림책 세 권 강대호 북칼럼니스트l승인2018.11.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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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눈에 익은 것만을 보려 하거나 그런 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것을 보려고 하거나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리 잡은 우리의 고정관념은 그런 시선이나 생각을 불편해한다. 어쩌면 성인들은 이미 유연함을 잃어버려서 고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그들에게 어른들의 판단과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가? 그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판단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듯 다른 건 나쁘다고 가르치는 세태를 조롱하며 익숙하지 않아도 새로운 각도로 이 세상을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 사랑에 빠진 토끼 / 비룡소

<사랑에 빠진 토끼>

 

이 그림책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가 나온다. 말런 분도라는 토끼가 나오더니 자기 할아버지가 미국 부통령이라고 주장한다. ‘펜스 룰(Pence Rule)’로 유명한 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그러나 토끼 말런은 자기 할아버지가 재미없다면서 홀로 재미있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웨슬리라는 토끼를 만나게 되고, 마음이 잘 맞는 그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려 하는데.

그들 앞에 그 구역의 두목인 ‘구린내 킁킁이 벌레’가 나타난다. 어느 유명한 정치인이 연상되는 그는 남자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물론 여자끼리도. “다른 건 나쁜 거야.”

그렇지만 말런과 웨슬리의 친구들은 “다르다는 건 특별한 거야”라며 둘을 응원한다. 그리고 뜻을 모아 투표를 해서 두목을 새로 뽑는다. 그리고 말런과 웨슬리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미국의 펜스 부통령을 언급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검색해보니 그의 가족이 만든 <미국 부통령의 토끼 말런 분도의 하루>라는 책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펜스가 기르는 토끼를 등장시켜 다양성을 거부하고 자기중심으로 성벽을 쌓은 미국 정부를 익살맞게 풍자한 것.

큰 줄거리는 동성 간의 결혼을 다루고 있지만,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게 아니고 특별한 거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나아가 차이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들려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 좋을 그림책이다.

 

▲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 비룡소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의 표지가 눈에 띄는 그림책이다. 많은 색깔을 쓰지 않았지만 그림과 활자의 대비만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하고 있다. 신문을 읽는다거나, 식사 준비를 한다거나, 아이를 보살피려 하거나 화단을 정리하려 한다. 그들은 그렇게들 말은 했지만, 사실은 그냥 드러누워 있다. 그리고 책은 그들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여준다. 하늘을.

그들은 드러누워 빈둥거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것. 하늘을 향해 펼친 신문에 비치는 태양의 모습, 얼굴에 덮은 모자의 구멍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눈부신 하늘에 줄을 그으며 날아가는 비행기 등.

그들은 모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 눈에 보이는 것은 제각각이었다. 아마 느낀 것도 제각각 아니었을까?

다양한 지식을 인스턴트로 배우는 세상이다. 그래서인가 개인의 영역인 생각이나 느낌도 다른 이의 감상문을 다운받아서 나의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이다. 아니면 타인이 느낀 감상을 자기에게로 그냥 주입하든지. 세상에 개성이 옅어지는 이유다.

같은 대상을 두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 그림책이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색으로 시각적 대비를 하고 많지 않은 텍스트로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보아도 좋을 그림책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시선의 각도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떨까?

 

▲ 마녀 위니와 수상한 발자국 / 비룡소

<마녀 위니와 수상한 발자국>

 

마녀 위니가 사는 숲에서는 항상 소동이 벌어졌었다. 유령이 나오거나 아기 용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이번엔 또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숲속 까만 집에 사는 마녀 위니와 검은 고양이 윌버는 어느 날 수상하고 커다란 발자국을 발견한다. 위니와 윌버는 발자국의 주인이 누굴까 궁금해하며 숲속으로 찾으러 간다. 혹시 털북숭이 괴물은 아니었을까 걱정하면서.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맬 때 나타나서 도와준 털북숭이 괴물들은 친절하고 착했다. 덩치는 컸지만 발은 작았고. 그 수상하고 커다란 발자국의 주인은 아니었던 것. 다시 집으로 돌아온 위니와 윌버는 숲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고. 그렇지만 계속 나타나는 수상한 발자국.

위니는 도대체 누구인지 “아리송하다 아리송해” 하지만 윌버는 누구의 발자국인지 “척” 알아챈다. 책에서 꼭 집어서 누가 범인이라고 얘기하진 않지만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된다. 그런 게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는 타인의 흔적에 민감해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내는 흔적에는 둔감하다. 타인도 그 흔적에 민감해할 수 있는데. 남의 것에 관심이 많아 부럽게 바라보다가 정작 자신이 가진 보물은 못 알아보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여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림책 자체로도 재미있다. 집으로 가는 멀고 기다란 길이나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세로로 펼쳐서 표현한다. 그 높이와 거리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에게는 배경 그림 곳곳에 숨어있는 숲속의 친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표정이나 시선만으로도 아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해 내지 않을까?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dh9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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