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사고 팔 자유, 그리고 ­죽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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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사고 팔 자유, 그리고 ­죽을 권리
  • 김대호기자
  • 승인 2015.08.04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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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인가, 부도덕한 범죄인가… 국제사회 뜨거운 논쟁

생로병사(生老病死). 인간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사는 동안에 섹스의 욕구를 느끼고, 죽기 직전에 늙고 병드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본능인 섹스를 사고 팔 자유와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태어나는 것은 자유가 아니지만, 살면서 섹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고통없이 생을 마치는 것은 자유 의지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보수적 관점의 시각에서는 성매매와 존엄사는 부도적한 행위라며 반대하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국제 앰네스티, 성매매 비범죄화 안건 제기
여성단체, "빈곤한 여성을 성매매로 내모는 결과"라며 비판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가 오는 7일 열리는 국제회의에 성매매 비범죄화를 안건으로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는 7~1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80여 개국 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회의를 열고 성매매 여성과 성 매수자 모두에 대한 비범죄화 여부를 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성매매 처벌면제 이유는 성욕은 인간의 근본적 요구이므로, 성매수자 처벌 시 사생활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이 처벌 없는 성매매로 성욕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고 성매매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감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 구매자 처벌이 성매매 음지화를 초래해 성매매 여성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것도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반발이 상당하다. 여성단체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물론 회비를 내며 국제앰네스티의 인권보호 정신에 동참해온 전 세계 200만 회원 중 일부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성매매특별법 반대시위

여성단체에서는 국제앰네스티의 이 같은 입장이 성매매 관련 정책을 흔들고 최종적으로는 사창가를 합법화하며 빈곤한 국가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맹비난한다. 국제 여성단체 '이퀄리티 나우'(Equality Now)의 창립자이자 국제앰네스티 회원이었던 제시카 노이비르트는 "섹스를 위해 다른 인간을 구매하는 남성의 권리를 위해 인권의 총체적 개념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에 성매매 비범죄화 입장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리프와 케이트 윈즐릿, 엠마 톰슨도 동참했다.

투표에서 성매매 비범죄화가 채택되더라도 당장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앰네스티의 공식 입장이 된다. 1961년 정치범 석방을 위해 시작된 국제앰네스티는 1977년 인권보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건강한 영국 여성, "늙는 게 끔찍하다"며 안락사 선택
국내에서도 찬반 논쟁…영국에선 안락사 허용 주장도

건강한 영국 70대 여성이 "늙는 것이 끔찍하다"며 안락사를 선택하자, 또다시 국제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불붙었다.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일간지에 따르면 지병 없이 건강한 상태이던 런던 북부의 질 패러우(75)가 지난달 21일 스위스의 한 안락사 지원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노인 돌보는 법에 대한 2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패러우는 일터에서 수많은 노인들을 보면서 이 같은 말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죽기 직전에 한 인터뷰에서 "평생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면서 항상 '난 늙지 않겠다. 늙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늙는다는 것은) 암울하고 슬프다. 대체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패러우는 스위스로 가기 전에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으며, 스위스에는 남편과 동행해 라인강변에서 조용히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겼다. 장례식 준비도 스스로 모두 마쳤다. 마지막을 함께 한 남편 존은 "질은 몇 년 동안 이를 준비했다"며 "분위기를 너무 감정적이거나 무겁게 만들어서 마지막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락사가 금지된 영국에서는 최근 패러우처럼 안락사와 안락사 지원이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스위스에서 안락사한 611명 가운데 5분의 1은 영국인이었다. 

▲ 스위스 안락사 지원병원 '디그니타스' 입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70대 영국 여성이 안락사를 스스로 선택한데 대해 국내에서도 누리꾼들이 온라인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biot****'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삶 자체가 생존에 대한 욕구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러한 욕구가 본능적으로 소멸하였을 때 계속 살라고 하는 것은 강요 아닌가.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 여성의 선택에 공감을 표시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한 적이 있다고 밝힌 'pxde****'는 "그때 마지막 몇 년을 끔찍한 고통과 함께 병실에 누워 있는 게 얼마나 허무한지 알게 됐다"며 "저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생명을 스스로 저버린다는 점에서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누리꾼 'take****'는 "어차피 죽는다는 것은 정해진 기정사실. 시기를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도 현명한 행위일 수도 있다"면서도 "청년의 삶이든 노인의 삶이든 생명은 소중한 것인데…. 합법화하면 생명경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yumm****'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했지만, 만약 우리 부모님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무조건 반대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적었다.

한편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죽을 권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제 존엄사할 권리를 법제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주간지는 1978년까지 스페인에서 간통이 범죄였다는 점, 미국에서는 2003년에야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됐다는 사실, 미국의 37개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곧잘 잊어버린다고 상기하면서 이제 존엄사를 허용한 법이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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