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트럼프 시간끌기, 北 도발 부추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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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트럼프 시간끌기, 北 도발 부추길수도”
  • 김현민
  • 승인 2018.11.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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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보도…“미·북 교착상태 길어지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 우려‘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협상했던 전직 미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에 안도해선 안 되며,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북한의 도발이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간선거 다음날인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진행 사항에 대해 매우 기쁘고, 잘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고 말했다. (“We think it’s going fine, we’re in no rush. We’re in no hurry.”)

트럼프의 이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던 종전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기대치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2차 미북회담을 바라는 북한에 대한 협상전술로도 해석된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북 간 진전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사진

 

한편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북핵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북한의 위협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 인터뷰에서 “북한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없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힌다면 북 핵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미·북 간 답보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은 지금보다 몇 배 수준의 제재 이행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수준에서 안도하고 있다”며, “실제 위험은 북한이 다시 실험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는 것으로, 이 같은 도발 움직임을 막기 위한 수단은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의 발언이 “(북한과의 핵 협상)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 정치적 전술”이라며 “시간적 압박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은 변명이며 회피 전술”이라고 보았다. 그는 “북한이 실험에 나서지 않는 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득을 본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민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전략적 위협이라는 측면과 트럼프의 정치적 입장에 해를 끼칠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 인터뷰에서 “관심은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야겠다고 느낄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분명한 위협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얼마나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언제까지 참을성을 발휘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따라서 중간선거를 치른 행정부가 이제 다시 북한을 압박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북 협상이 지체될수록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보다 큰 문제는 이 두 나라”라고 지적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파트너 국가들이 김정은에게 제재 완화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부추겼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 국가에게 그런 행동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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