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변명...소설 "펭귄 하이웨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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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한 변명...소설 "펭귄 하이웨이" 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25 1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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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 원작 소설

 

 

 

▲  "펭귄 하이웨이" / 작가정신

소설 중에는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작품이 있다. 반면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작품도 있고. 일본의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가 쓴 <펭귄 하이웨이>가 그렇다. 머리 좋고 조숙한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연에서 태어난 생물이라기엔 너무 수상한 펭귄과 그들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실사로 만들기엔 어려울 듯해서다.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시다 히로야스’는 일본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애니메이터이고 그가 만든 <펭귄 하이웨이>가 지난 8월 북미 최대의 장르 영화제인 ‘제22회 판타지안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뉴스에 기대는 컸다. 그러나 감상하는 내내 나는 물론 다른 관객들도 설득시키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분명 그림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예뻤는데.

 

교토를 사랑하는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

 

영화 포스터와 소설 개정판의 표지만을 본다면 이 작품은 아동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그린 주인공 소년과 귀여운 펭귄이 나오는. 원작자가 소설에 담은 배경과 세계관도 얼핏 동화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도 무겁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석이 있다. 희생과 구원을 아우르고 SF와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작 소설가인 ‘모리미 도미히코’는 1979년생으로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일본 SF 대상’을 받아 독자와 평단에 이야기꾼으로 인정받았다. 서점 종사자들이 좋아하는 책을 뽑는 ‘일본 서점 대상’에도 매년 순위권에 오르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고.

그의 많은 작품은 그가 대학을 다닌 교토를 배경으로 한다. 교토는 배경뿐 아니라 소설의 소재로도 쓰인다. 교토라는 도시와 교토에서 벌어지는 축제 그리고 교토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의 소설을 읽으면 교토로 여행 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펭귄 하이웨이>는 교토가 아닌 어느 가상의 신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에게 ‘31회 일본 SF 대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고.

 

펭귄과 소년이 그리는 희생과 구원의 이야기

 

주인공인 초등학교 4학년생 아오야마는 어제의 자신보다 훌륭해지기 위해 매일같이 연구에 매진하는 진지한 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펭귄이 나타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오야마는 우연히 ‘펭귄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고, 친구들과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평소 좋아하던 누나는 이런 현상들과 관련 있어 보이고.

소년 아오야마는 친구들과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들어간다. 소년은 과연 이 거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귀여운 표지 그림과는 달리 시간과 죽음에 대한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첫사랑의 설렘과 우정을 잘 버무린 소설이다.

 

소년을 위한 변명

 

원작 소설을 좋아한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가볍게 다룬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소년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소설에서는 공들여 묘사하고 다양한 상징으로 은유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래서 변명을 대신해본다.

애니메이션만 본다면 주인공 소년 ‘아오야먀’는 ‘자뻑’에 빠진 아이다. 진지하고 잘난 척하는. 물론 그렇게도 보인다. 본인이 스스로 “나는 머리가 매우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도 얘기한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은 소년이 본인 스스로 계측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뛰어나다. 눈에 보이는 많은 현상을 메모하고 분석하고 추론하는 소년으로 표현된다. 소설에서는 이런 부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찬찬하게 그의 행동과 소품으로.

예를 들면 ‘모눈 노트’가 소년의 참모습을 은유하는 도구로 쓰인다. 모눈 노트는 모눈이 그려진 노트다. 모눈 노트엔 글을 적을 수도 있지만, 도형과 그래프를 쉽게 그릴 수도 있다. 계측이 필요한 그림도.

소년은 이 노트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관찰한 모든 순간을 시각적으로도 문자적으로도 적는다. 그러곤 집에서 다른 노트에다 주제별로 다시 정리한다. 많은 학자가 그러하듯이. 그의 연구 주제는 ‘좋아하는 치과 누나’로부터 ‘상대성 이론’까지 다양하다. 물론 펭귄과 함께 나타난 이상한 현상도 소년이 풀고픈 문제이기도 하다.

 

아빠, 좋은 스승, 좋은 어른

 

소년의 아빠는 좋은 친구 같다. 어떨 땐 좋은 선생님 같고. 소년의 아빠는 평범하지 않은 아들을 잘 이해하며 그의 성장을 돕는다. 아마도 엄마는 금지했을 커피를 아들과 마시고 어른들이나 좋아할 민트가 들어간 초콜릿도 권한다. 친구 같고 선생님 같은 아빠는 연구하는 방법도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먼저 “문제를 나누어 작게 만들어서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 다음엔 “보는 각도를 바꾸어서 편견에서 멀어질 것.” 어렵다면 “비슷한 문제를 찾아서 힌트를 얻을 것” 등 세 가지다. 문제를 여러 개로 나누고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라고 조언한다. 대학원에서도 쓰이는 ‘연구 방법론’이다.

이렇듯 아빠는 아들을 믿어주고 응원한다. 아들의 가능성을. 주인공 소년 또한 어려운 문제를 아빠와 상의하고 조언을 구한다. 아빠는 좋은 스승, 좋은 어른이니까. 그런데 조연도 아닌 단역으로 비쳐 아쉬웠다. 소설에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소년을 이끌지만.

 

 

▲ 영화 "펭귄 하이웨이"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될까

 

작가는 교토를 주제로 한 소설을 많이 썼다. 교토라는 지역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문화를. 어쩌면 가장 일본다운 소재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펭귄 하이웨이>는 교토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교토 못지않은 일본다운 모습을 그려낸 건 아닌가 생각했다.

큰 도시 경계 어디에선가 건설되는 신도시들. 먼저 구획선 긋고 도로를 깔고 그다음에 전기와 수도를 깔고. 집들이 차례차례 들어서면 전철 타고 멀리 출퇴근하는 아빠들. 재난 경보에 귀 기울이고 통제에 따르는 주민들. 아이들의 모험에 귀 기울이는 어른들.

소년은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 대목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소설은 허구라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벨상 발표 시즌에 일본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지 않았는가. 올해도 그렇고.

주인공 소년이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아이였다면 어땠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 공부보다는 자기 세계에 빠진 아이를 견디는 부모는 얼마나 될지. 이런 아이가 학교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을지 하는 생각도.

마침 지난 일요일 밤 어느 방송에 나온, 한때 천재로 소문났던 어떤 청년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와 닿았다. 그 청년이 다른 나라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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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2018-11-18 16:48:02
팽귄 하이웨이 너무 꿀잼이고 노래가 슬퍼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