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대북 제재완화 요청 거부한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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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대북 제재완화 요청 거부한 마크롱
  • 김현민
  • 승인 2018.10.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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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이제 출발점인데, 문 대통령 제재완화 요청…경향은 지지

 

15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와 미사일 계획 폐지를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두 정상의 외교적 표현에 엄청난 차이가 발견된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의 시점으로 거론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수 없는 단계”는 김정은이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조치를 하면 바로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풀어달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마크롱이 말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때”의 시점은 기존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엇갈림 속에서 한·불 정상회담 공동선언 앞부분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아마도 프랑스의 요구로 삽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경제제재를 풀어야 하지만, 그 단계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제 가용한 핵무기를 남겨두고 낡은 시설 몇 개 부순 단계에서 경제제재를 풀어달라면 국제사회에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 15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 /청와대

 

한불 정상회담 논의 내용에 대해 신문들이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프랑스에 대북 제재 완화 요청했다 거부당한 문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지금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는커녕 출발점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신고하는 것이 비핵화의 입구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애려면 북한이 핵을 어디에 얼마나 갖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북은 그 첫 발자국 떼는 조치를 '강도적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상당 정도 진전된 것처럼 말한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때는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 북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조치에 대해 실질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고 본다.”

 

동아일보는 “유럽 순방에서도 ‘對北제재 완화’ 총대 멘 文대통령”이란 사설에서 마크롱이 문대통령의 대북 제재완화 요구를 거절한 것이라고 보았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외교는 온통 대북제재 완화에 맞춰진 듯하다. 문 대통령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도, 그 단계가 확정되기까지 과정에서도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아예 “제재 완화를 국제무대 공론의 장에 올렸다는 측면이 있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메기로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중앙일보 사설은 한불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빈약한 외교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외치고, 지나치게 남북 경협을 서두른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미 워싱턴포스트·AP통신·블룸버그 등은 일제히 “미 정부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데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끌어안으려는 열망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북한과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 합의해 미국에 저항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석간 문화일보는 전날 “북핵 CVID 강조하며 ‘對北 수교’ 딱 잘라 거부한 프랑스”라는 사설을 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평양에 2011년 인도적·문화적 교류를 위한 협력 사무실을 열었고, 지금 평양과 외교관계를 맺을 계획은 없다”면서 대북 수교 가능성을 딱 잘라 부인했다. 북한은 1968년 서방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파리에 민간 무역대표부를 설치한 뒤 끊임없이 구애하듯 수교를 희망했다. 그러나 지금도 프랑스는 인권·핵 문제를 들어 유럽연합 중 수교를 거부하는 2개국(다른 나라는 에스토니아)에 속해 있다.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를 위한 프랑스 역할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혹 떼려다 혹 붙인 모양새가 됐다.“

 

이런 논조와 달리 친정부 성향의 경향신문은 “대북 제재는 비핵화의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순 없다”는 사설로 문재인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시나리오를 조금만 진지하게 그려본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점수를 매기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입구’부터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정도로 비핵화가 진척된 단계에 이르러 ‘당근’을 주자는 구상에 이의를 달 이유는 없다. 비핵화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문 대통령의 능동적인 판단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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