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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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 정리=김대호기자
  • 승인 2015.08.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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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여자오픈서 집념의 역전승

'골프 여제' 박인비(27)가 통산 7번째로 여자골프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6,410야드)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이글 1개,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 '골프여제' 박인비가 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대회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의 성적을 낸 박인비는 2위 고진영(20)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5억2,000만원)다.

2008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2013년에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챔피언십, US오픈을 휩쓸었고 이번에 브리티시오픈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서그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1999년), 카리 웨브(호주·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3년)까지 박인비 이전에 6명이 있었다.

박인비의 이날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20개 대회 가운데 12승을 기록, 역대 한 시즌 한국 국적 선수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에는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 최다였다.

박인비는 13번 홀(파4)까지 선두 고진영에게 3타 차로 뒤져 올해도 브리티시오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4연승에 도전했던 2013년과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평소에도 이 대회 우승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던 박인비의 집념이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박인비는 14번 홀(파5)에서 7m 가까운 거리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해 한꺼번에 두 타를 줄였고 이때 13번 홀에 있던 고진영은 한 타를 잃으면서 순식간에 동률이 됐다.  

고진영도 파5 홀인 14번 홀에서 반격을 노렸으나 파에 그쳤고 오히려 박인비가 16번 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줄여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고진영을 압박했다.

승부가 갈린 것은 고진영이 1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을 때였다. 고진영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개울로 향하면서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은 사실상 확정됐다. 고진영은 결국 보기 퍼트도 실패하면서 박인비와 3타 차로 벌어졌고 이를 다시 따라잡기에는 남은 홀이 부족했다.  

박인비는 우승을 확정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지만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려면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기뻐하며 “올해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을 부풀렸던 고진영은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가 나란히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

남녀 선수를 통틀어 아시아 최초로 골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룬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우승을 차지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선수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38)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골프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꿈을 키운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격인 박인비는 아버지 박건규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며 일찌감치 소질을 인정받았다.

분당 서현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주니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0년 겨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 유학을 시작한 박인비는 2002년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 박인비가 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18번홀에서 퍼팅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LPGA 투어에 진출한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따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슬럼프에 고생하기도 했다.

좀처럼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2010년에는 일본 무대 진출을 꾀하기도 하는 등 이어지는 부진에 마음고생을 하던 박인비는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도 우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박인비는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13년 개막 후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차례의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휩쓸며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대한 가능성까지 부풀린 것이다.  

'컴퓨터 퍼트'로 불린 퍼트 실력은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했고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도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3승을 거둔 박인비는 그러나 유독 브리티시오픈과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해 애를 태웠다.

2013년에는 메이저 4연승에 도전했던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2위로 부진했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며 이 대회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박인비는 결국 올해 대회에서 브리티시오픈 우승의 한을 풀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메이저 대회 통산 7승, 이번 시즌 4승을 기록하게 됐으며 LPGA 투어 통산 16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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