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와 비난으로 점철된 노벨 경제학상 50년

시대 변화에 오류로 드러나고, 투자 실패도 경험…정치적 시상 비판도 김인영 기자l승인2018.10.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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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노벨 경제학상 시상이 50주년을 맞는다.

50회 째인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에 관해 연구한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 77) 미국 예일대 교수와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의 연관성을 연구한 폴 로머(Paul Romer, 62)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노벨 경제학상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노벨상에 목매지 말자’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노벨상이 나를 찢어놓고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면서 “원하지는 않았지만, 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경제학자에게 큰 영광이지만, 역대 수상자들이 연구한 결과가 과연 경제를 제대로 진단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아주 좁은 분야(미시)에서는 옳을지 모르지만, 경제의 흐름이 변하면 수상자들의 연구결과가 현실에서 어긋날 때가 많았다. 때론 수상자들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올해 수상자 로머도 마지못해 상을 받는다고 눙쳤을지 모른다.

 

▲ 2018년 수상자 폴 로머 교수 /위키피디아

올해 수상자 로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하고 누가 더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년전에 닷컴 버블을 초래한 장본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1990년대 미국은 10년 장기호황을 구가하며 IT 부문의 주가가 거품처럼 부풀었다. 당시 폴 로머 교수는 기업들이 네트워크에 의한 정확한 전망을 통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과 재고 누적에 따른 전통적인 경기사이클이 종식됐다고 주장하는 ‘신경제학파(new economics)’의 중심인물이었다.

당시 기존 경제이론에 저항하는 젊은 학자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재직하던 폴 로머 교수는 ‘신성장 이론’을 제기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래 오랫동안 고전경제학은 자본, 노동, 토지를 생산의 3대 요소를 틀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분석해 왔다. 이에 비해 로머 교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성장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 하나로 세계적 기업을 형성한 것은 물론 세계 컴퓨터 산업을 리드하는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로머는 “토지, 기계, 자본은 유한하지만, 아이디어와 지식은 무한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 로머가 주장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기술’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는 ‘신성장 이론은 그 자체가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변했다.

그러나 21세기초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신경제 이론도 붕괴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선구자였던 인터넷과 IT 산업은 폭발하고, 미국 경제는 시장을 속인 기업인과 금융인들의 회계부정, 주가 조작등 범죄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경제의 모델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던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고, 주식시장은 가라앉았다. 그가 젊을 때 주장한 이론이 잘못이었음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미국 경제가 달아오르고, 신기술 분야에 투자가 몰리면서 로머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199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Robert C. Merton)과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는 상을 타고 난 이듬해인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이라는 헤지펀드에 파트너로 참여하다가 투자에 실패하고 그 펀드의 파산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이는 사태의 주범으로 몰렸다.

숄스와 머튼 교수는 헤지펀드에서 자신의 이론을 실험하려고 했다. 그들은 투자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이를 전세계에 가르친 학자이자, 선생이었다. 그들은 ‘옵션(option)’이라는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설정 이론을 밝혀냈고, 세계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이들 선지자의 이론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이론은 미래의 채권시장 움직임이 과거의 경험을 반영하는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만 통했고,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왔을 때 허구로 입증됐다.

결국 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은 실패했고, 그들이 투자에 실패한 헤지펀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개입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 1997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들.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 /위키피디아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놓고 정치적 논란도 빚어졌다.

2008년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경제학자였다. 그가 수상하자 미국 언론들은 “부시 비판자가 상을 탔다”고 헤드라인을 깔았고, 노벨 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우리는 정치적 편견을 갖지 않는다”고 소명하기도 했다.

1994년 수상자 존 내시(John Forbes Nash)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으로도 소개되었는데, 그는 정신질환자이며, 반유태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76년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칠레 좌파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프리드먼은 칠레 우익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친분이 있었고, 그의 부탁으로 칠레에 가서 강의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특히 좌파진영에서 그의 수상을 비판했다.

일부 수상자들은 시상자인 유럽이 미국을 견제하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폴 크루그먼이 부시 정부의 비판자였던 것처럼, 올해 수상자인 노드하우스 교수도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에 관해 연구한 학자로, 그의 수상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1987년 수상자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교수는 1990년대 말에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임이 입증되고 있고, 따라서 갑자기 침몰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침체와 성장을 거듭했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미국경제 자체가 파산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981년 수상자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은 외환·채권·파생상품·재정거래(arbitrage)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 거래시 0.1~0.5%의 토빈세를 부과하자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금융위기 때마다 거론만 되고, 어느 나라에서도 도입하지 못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밀튼 프리드먼(1976년 수상) 교수는 정부의 통화공급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통화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FRB는 급격한 통화 팽창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에 독일, 캐나다 등도 통화 팽창에도 불구하고 저인플레이션을 경험한바 있다. 프리드만의 이론이 무너진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언젠가 “나는 더 이상 통화 이론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프리드만 교수에 등을 돌린 적이 있다.

 

1967년 노르웨이의 랑나르 프리슈(Ragnar Frisch)와 네덜런드의 얀 틴베르헌(Jan Tinbergen)이 공동수상한 이래 2018년까지 모두 50회에 걸쳐 78명이 수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에 유독 미국 학자들이 많다. 이중 미국인이 35명이다. 절반에 가깝다. 지난 50년간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철학과 사상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경제학 이론도 특정 시대, 특정 국가의 경제구조, 경제 변동의 산물이고, 경제 상황이 변하면 경제학 이론이 변하기 마련이다.

경제학의 최고 대상으로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도 시대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지난 50년간 수상자들과 그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었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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