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임명장은 "상법상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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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임명장은 "상법상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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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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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와 육성 공개는 신동주측 언론플레이인듯

31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직인이 찍힌 임명장이 공개됐다.

하지만 법인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의 임면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야 효력을 발휘하므로, 신동주 전부회장측이 공개한 임명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임명장은 상법상 무효

신 전 부회장이 제시한 이 문서는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며 차남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서 작성 날짜로 보면 7월 15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돼 있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을 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러면 이 문서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법상으로는 이 문서가 전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상법은 법인 등 기관의 대표이사나 이사 등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선출되거나 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총수 등 특정인이 대표이사나 이사를 해임하도록 지시했을 경우에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만일 기업오너의 해임 지시를 사실상의 인사권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 결의가 이뤄져야만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문서 공개는 신동주측 여론몰이인듯

신동주 전 부회장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7월 17일자 문서를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을 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문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직인도 찍혀있다.

그렇다면 롯데그룹 경영권 후계구도와 관련, 동생인 신 회장과 정면 충돌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이자 창업주인 신 총괄부회장의 서명이나 직인이 찍힌 인사와 관련된 서명서를 특정 언론에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친의 경영권 승계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내세우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마도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있는 문서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을 신 전 부회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친의 뜻을 일본과 한국의 주요 주주들에게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신격호 회장의 육성도 공개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명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해임 지시서가 공개된데 이어 이번에는 이런 내용의 신 총괄회장 육성까지 공개됐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에 대항하기 위해선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 등 일부 친족들이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공언,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 구도로 흐르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의 가변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27일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신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이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녹음에서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다카유키 사장)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신 전 부회장에게 물었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의 직위해제를 결정한 이후 '열심히 하라'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데 거기서도 제대로 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서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며 "모든 의사결정은 상법상의 절차와 결의를 통해서만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모친, 제사 지내고 출국

롯데 일가는 31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신 전 부회장 자택에서 신 총괄회장 선친의 제사를 지냈다. 

신선호 사장은 오후 9시 20분께 제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무 말 없이 제사만 지냈다. 회의도 안 했다"면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격노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영자·신동인은 물론 신동주도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씨,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신 사장의 말과는 달리, 당시 자택에 있었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만약 제사에 참석했다면 친족들과 '반 신동빈' 대책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롯데홀딩스 이사 및 주주에 주력하고 있는 신 회장은 내주 월요일쯤 귀국해 후계구도의 핵심 키를 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씨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다던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모친이 정작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이틀만에 출국했다.

특히 그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닌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88)씨는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1일 오후 2시 20분께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쓰코씨는 공항에 있던 취재진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생각하는 후계자가 맞느냐",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어떠하냐", "일본에 가서 신동빈 회장을 만날 것이냐" 등 여러 질문을 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친어머니인 하쓰코 씨는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입국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 선친의 제사에 참석하러 한국을 찾았다고 짧게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대(對) 반(反)신동빈'으로 모양새가 짜인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에서 하쓰코 씨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국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달 27일 일본으로 건너갔을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과 하쓰코씨가 만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하쓰코씨는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려 있다.

이후 한국을 찾은 하쓰코씨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소 겸 집무실이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머물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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