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벌겋게 달아오른 까닭은?

9월 실업률 3.7%, 49년만에 최저…노동 탄력성, 법인세 감면등 주효 김인영 기자l승인2018.10.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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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대형쇼핑 업체들은 벌써부터 직원 채용에 나섰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벌써부터 길거리엔 연말쇼핑시즌 채용 전단이 나붙고, 매장들은 쇼핑 대목에 일해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사람 구하기 어렵다보니, 우선 일당을 올려 주겠다는 약속도 한다. 미국 온라인 대기업 아마존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했고, 그게 기준선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사람을 구하지 못해 대목장사를 어떻게 할지 서비스회사들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 노동시장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실업률은 3.7%로, 전월보다 0.2% 포인트 낮아졌다. 1959년 이후 49년만에 최저치인데, 그때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젊은이들은 이미 70대를 넘어섰다.

미국 실업률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경제위기가 다가왔을 때 무려 10%까지 올라갔다. 그후 벤 버냉키 의장의 Fed가 돈을 퍼부어 경기를 살려냈다. 당장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지만, 2000년부터 일자리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해 96개월째, 정확하게 8년째 일자리가 증가했다. 서서히 미끄러지면서 내려오던 실업률은 경제학자들이 완전고용이라는 4%도 무너뜨리고 3.7%까지 내려온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크뢰거(Alan Krueger) 교수는 “미국 경제가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9월 미국의 일자리시장을 놓고 보면 기대치보다는 적다. 당초 뉴욕 월가에서는 18만명 증가를 예상했지만, 12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허리케인 플로렌스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이렇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자리 정부라고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 그래픽=김현민

 

우선은 고용탄력성을 들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88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불황을 맞은 기업들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서 인력을 유지했더라면 파산 규모가 더 커졌고, 일자리 상실 규모는 확대되었을 것이다.

불황 때 인력을 내보내고, 호황 때 인력을 흡수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한후 8년 동안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우리나라 지식층 일각에선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하지만, 그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해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유로존 8월 실업률이 8.1%이고, 프랑스는 9.3%다. 최근 세계경기 호조로 유럽에서도 실업률이 낮아지곤 있지만, 미국보다 높은 것은 사회주의적 노동시스템이 고용시장을 경직화시키기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실업률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목표가 고용탄력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인 것은 이 시스템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의 선후 문제에서 일자리 창출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금을 먼저 올려 그 소득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은 관념론에 불과하다. 현실의 시장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면 임금이 상승한다는 사실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최근 임금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구인난이 심각해지다보니, 고용주 입장에서 직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라는 기업 이미지만으로 직원들을 유지할수 없기에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고, 다른 회사들도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에 전년비 임금상승률이 2.9%, 2.8%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구인난이 심각해지다보니, 임금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임금을 먼저 올려 노동시장을 악화시킨 경우는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 노동복지를 통해 소비주도 사회를 이끈다면서 최저임금을 급상승시켰지만, 최근들어 인건비 압박으로 해외투자기업들이 베트남과 벵골만, 실론등으로 떠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저임금 급상승이 오히려 고용주의 부담을 키워 알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셋째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의 미국 일자리 창출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만의 노력은 아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로부터 이어진 결과이지만, 트럼프 정부에 들어와 법인세 감면을 통해 기업의 활력을 불어 넣은 게 그동안 노동시장 성장세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세금을 덜 받아 씀씀이를 줄여야 할 입장이지만,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게 미국인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노동시장의 호조가 공화당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한다.

 

미국 노동시장 과열조짐은 당장에 미국 금리에 인상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노동통계가 발표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에 3.24%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하고, 신흥시장에 투자된 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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