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무산 위기에 처한 제주 녹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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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무산 위기에 처한 제주 녹지병원
  • 김현민
  • 승인 2018.10.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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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 명분에 갇혀 결정장애에 빠진 행정…그 피해는 국민과 주민에

 

중국 뤼디(綠地)그룹은 77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8월 서귀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47병상·의료진 134명)의 병원을 다 지었다. 그리고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국제의료코디네이터 18명 등 총 134명을 채용하고, 병원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이 병원의 주요 타깃고객은 피부 관리,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위해 제주도로 오는 중국인 의료관광객이다.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이 병원을 짓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김대중 정부때 동북아 의료허브 육성정책을 추진했고, 노무현 정부가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가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의 설립을 처음 승인했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중앙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이것도 적폐인가. 보건복지부 적페청산위원회는 이를 적폐로 규정했고, 마침내 시민단체가 끼어들어 공론화조사라는 것을 들이밀어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라는 여론의 결과를 받아냈다.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단체는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58.9%가 병원 개설을 불허한다고 대답하고, 38.9%가 허가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제주 도지사에게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도지사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도지사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미 투자한 돈은 돌려줘야 하고, 채용한 인력은 내보내야 한다. 투자를 다하고 인력까지 다 마련해 놓고도 병원개설을 못하게 되면, 이젠 누가 한국에 투자할 것인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노래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다 된 사업장을 폐쇄해야 하는,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 제주 녹지국제병원 /sbs 캡쳐

 

6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매일경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스토리를 사설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16년 헛바퀴만 돌린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사설에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이 개원도 못 하고 무산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적법한 승인을 받은 외국 투자자가 지방정부의 최종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을 못 하면 국제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국 투자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도 부담이다. 무려 16년이나 끌어온 투자개방형 병원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데 문재인 정부도 한몫했다.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는 과거 진보정권도 추진했던 투자개방형 병원을 ‘적폐’로 규정했다. 더 답답한 것은 외국에선 허용하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왜 우리는 시도조차 못 하느냐다. 이러고도 경제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한국경제 사설은 “제주 투자개방 병원, 공론화 말고 주민설득할 순 없었나”고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주민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자세는 좋지만 국가발전에 필요한 정책은 제때, 바르게 추진돼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니 시민참여행정이니 하는 명분에 과하게 갇혀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장애’에 빠지면 피해는 국민과 주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나 대학입시 방식 등의 공론화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혼선에서 반성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는 지위에 맞게 제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자개방형 병원의 필요성이나 장점을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느냐 하는 문제제기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과 자치권에서 특권을 누리는 만큼 더 성실하게 주민설득에 나서야 했다. 원 지사는 최종 결정에 앞서 이 병원이 외국관광객 유치에 미칠 영향부터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부분까지 잘 봐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은 “도민 반대로 백지화 위기 처한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이란 사설에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이 무산되면 제주도는 1000억원대 손해배상은 물론 신뢰도가 저하돼 글로벌 투자 유치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최종 결정권자인 원희룡 지사는 도민들에게 병원 개설의 필요성과 파급 효과를 충분히 설득하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난을 받더라도 지역 발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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