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강경화 외교 제안에 “조금씩 양보하다 미궁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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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강경화 외교 제안에 “조금씩 양보하다 미궁 빠질 것”
  • 김현민
  • 승인 2018.10.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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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북한에 손 들어 준 것”, 중앙 “핵보유+무제재의 북한과 동거할수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고, 핵무기 신고 요구는 뒤로 미루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강 장관은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핵화를 완전하게 달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에 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어프로치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융통성 있는 생각에서는 우리도 물론이고 미국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 발언의 요지는 북한의 핵무기 신고에 대한 압박을 늦추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의 선에서 종전선언을 맞바꾸자는 것이다.

그의 워싱턴 포스트 회견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강 장관은 자신의 제안을 융통성이라는 수사로 덮었지만, 사실상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 비판론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만약 영변 핵시설 폐쇄가 첫 시작으로 확인된다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단지 그 것으로 끝이라면 매우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현지시각 9월 27일 뉴욕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외교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5일자 사설로 강 장관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내용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북핵 신고는 뒤로" 핵 폐기 역행으로 간다”는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폐기하겠다는 영변 원자로는 플루토늄 생산 시설로 이미 북은 핵무기를 고농축 우라늄탄으로 바꾼 지 오래다. 영변 원자로 역시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대처럼 사실상 쓸모를 다한 노후 시설이다. 미국 전문가 상당수는 이를 '고철'로 평가하고 있다. 영변 시설도 없애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으로 마치 비핵화에 큰 진전이나 이뤄진 듯이 하면 정작 핵탄두나 고농축우라늄 시설은 손도 대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북한에 조금씩 양보하다가는 앞으로 더 큰 요구를 할 경우 완전히 미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 국제사회는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 시설은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북핵 폐기'라는 것도 바로 이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 시설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사안을 뒤로 물리고 지엽에 불과한 영변 시설 철거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자는 것은 사실상 북핵 인정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 선언은 결국엔 유엔사령부 존폐 및 주한 미군 지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이 앞으로 협상 과정을 잘게 잘라 점점 더 엄청난 요구를 해오면 북핵은 완전히 미궁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를 놓고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폐기 시한 설정을 포기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어떤 사안이든 협상의 장기화는 곧 문제의 기정사실화로 이어진다. 북핵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여기에 한국 정부까지 북한 편을 들어 북핵 신고·검증을 기약 없이 뒤로 미루자고 하면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문제가 봉합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북의 속마음 역시 '핵 보유'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북을 핵 포기로 이끌려면 북이 싫어해도 핵탄두와 핵 시설이라는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 치열하게 협상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핵 리스트 제출 없이 북한 비핵화 진정성 어떻게 확인하나”라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통해 북한의 외교·경제적 입지가 강화된 상태에서 뒤로 물린 핵 신고와 검증 문제를 다룬다고 성공할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협상을 추동할 에너지는 없어지고 북한의 목소리만 커진다. ‘핵보유+무제재’의 북한과 동거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교장관이 나서 “핵 신고를 뒤로 미루고 북한이 안심해서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이)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 평양선언(5조 3항)이 북한의 논리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최근 종전선언과 핵 신고 맞교환 카드조차 ‘황당무계’하다며 얼굴색을 싹 바꾸고 있다.“

 

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당사자보다 북한을 더 잘 알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원하고 있다. 북한 접근 방식과 관련해 ‘순진하다’는 것은 우리 정부를 특징지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쎄다. 이 말은 지금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아니 가까운 장래에 책임져야 할 말로 되돌아 올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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