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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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8.10.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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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전의 책에 통계의 속임수 피하는 방법이···

 

[조병수 프리랜서] 대럴 허프(Darell Huff, 1913~2001. 미국)가 1954년에 발간한 『새빨간 거짓말, 통계』 (박영훈 옮김 2004. 도서출판 청년정신)』라는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언제나 의심스러운 여론조사, ··· 아전인수를 위한 마구잡이 통계···.”

그리고 머리말에는 “통계학이란 비밀스러운 술어는 증거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진 현세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혼란에 빠뜨리게 하며, 사물을 과장하거나 극도로 단순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근 이 땅에서 펼쳐지는 갑작스런 통계청장 교체와 이어지는 가계동향조사방법 변경 등과 관련해서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대두되는 즈음에, 60여년전 미국에서 ‘아전인수격 통계 자료의 제시와 조작에 대한 우려와, 이에 속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니 여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 『새빨간 거짓말, 통계』 책 표지

 

총10개의 장(章)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의심스러운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모집단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표본의 추출방법에 있어서 왜곡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표본추출의 맹점과 모집단 안의 개체들이 표본에 선택될 기회가 동일해야 함을 강조하는 저자의 설명은, 최근 우리 매스컴에서 흔히 인용하는 여론조사결과를 두고, 상당수 무응답자의 선택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해준다.

이어서, 모집단을 정확히 대표하지 않는 적은 표본을 사용하여 통계숫자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작은 숫자를 생략하여 사기치는 법”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겨우 ‘몇 백 명의, 극히 저조한 응답률’의 조사결과를 가지고 여론조사 결과라고 언급될 때마다 머리를 갸우뚱거리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더구나 최근 들어 ‘얼마를 대상으로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밝히지도 않은 채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다’고 얘기하는 보도장면을 보면서 그 신뢰성에 의문이 가던 터라, 저자의 설명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쓸데없는 숫자로 벌어지는 헛소동”이나, “사람 눈을 속이는 그래프” 등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왜곡가능성을 여러 가지 도형과 사례로 일깨워주면서, 그래프에 의한 착시효과나 왜곡유도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아전인수를 위한 마구잡이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저자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 정반대나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설명을 풀어나가는 광고업자들의 사례를 들면서, 통계의 형식을 빌어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시키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또한 제시되는 통계가 충분히 큰 표본에서 추출되는 자료일지라도 그 상관관계를 추정하는데 있어서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과장된 숫자와 왜곡된 기준, 그래프 등을 통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통계를 조작하는 법을 기술하면서는, “통계의 기초는 수학이지만 그 실제 내용은 과학이면서도 예술이기도 하다”라고 표현했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조작이나 왜곡이 가능한 ‘예술의 경지’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약간의 화장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들듯이 여러 사실들을 전혀 다른 것으로 꾸며낼 수가 있는 통계의 속임수’를 피하는 방법으로, “통계작성자, 조사방법, 숨겨진 자료여부, 쟁점둔갑여부, 석연치 않은 부분” 등 다섯 가지 측면을 확인하라고 제시한다.

 

지난 9월19일자 조선일보에는 “표본 바꾸고···2년전 통계방식으로 U턴”이라는 제하에 “지난 달 통계청장 경질에 이어 작년에 바꾼 집계방식 뒤엎어, 신뢰 생명인 통계 안정성 훼손”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세계 경제 10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전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반세기도 훨씬 전에 대럴 허프가 우려했던 ‘아전인수식 통계조작을 위한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사회통계조사나 여론조사 등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흔히 접하는 통계숫자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반세기전에 쓰여진 이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라는 책의 내용들이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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