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가 日 야쿠자에 경제 제재 내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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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가 日 야쿠자에 경제 제재 내린 까닭은
  • 김현민
  • 승인 2018.10.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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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구미 2개 회사, 4명에 블랙리스트…자산 해외 도피 제동

 

미국 재무부가 처음으로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구미(山口組)에 대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제재 대상이 된 2개 기업과 4명의 야쿠자 간부들에 대해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내 개인과 기업간 거래도 금지된다.

제재 대상은 야마구치 구미의 위장 기업으로 파악된 '야마키KK'와 '토요신요지츠교KK' 등 2개 회사다. 이중 야마키KK는 야마구치파의 본거지인 고베에서 부동산과 미술품 경매, 골프장, 주차장을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다. 토요신요지츠교는 야마구치 구미의 본사를 운영하는 지주회사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개인은 모리오 우타오, 쯔다 치키라, 타카기 야스오, 미쯔야스 카쯔아키등 4명이다.

모리오는 야마키KK의 전 CEO였고, 쯔다는 이 회사의 현재 CEO다. 모두 야마구치파의 간부들이다. 타카기는 토요신요지츠교KK의 현재 CEO이며 쯔다와 동급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쓰야스는 이 회사의 전 CEO로 현재 야마구치 구미의 분파인 이스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회사는 부동산을 주로 하고 있으며, 주식은 모두 야마구치 구미의 간부들와 분파들에 의해 분할되어 있는 것으로 미국 재무부는 파악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 최대 야쿠자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들 조지이 마약거래, 성 착취 등의 범죄 행위를 국제적으로 연결하고 있는데다, 돈 세탁과 세금 탈루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야마구치파는 일본 최대 야쿠자 파벌로 조직원이 1만3,000명 정도이며, 두 번째 파벌인 스미요시 카이(住吉會)에 비해 조직원에서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야쿠자 최대파벌 야마구치 구미의 문양 '야마비시' /위키피디아

 

야마구치 구미는 1915년 야마구치 하루키치(山口春吉)가 고베 항구 주변의 노무자 30명을 모아 결성한 조직이다. 야마구치파는 고베-오사카를 축으로 하는 간사이(關西)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 1945년 전후로 전국구로 진출해 1960년대에 도쿄를 장악함으로써 일본 최대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조직은 2015년에 고베에서 100주년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일본에는 정식적으로 공인된 야쿠자 조직이 20여개가 있는데, 이중 가장 큰 야마구치 구미가 전체 조직원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야마구치 구미의 총 오야붕은 6대째 내려오고 있으며, 2005년 이후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 6대 오야붕을 맡고 있다.

야쿠자는 세계 폭력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포천지에 따르면 야쿠자와 마피아를 포함한 세계 5대 범죄조직이 움직이는 검은돈은 연간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범죄조직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구미다. 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8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돈으로 치면 약 90조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는 일본의 글로벌 기업 히타치(작년 959억달러)에 이어 매출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야쿠자의 주 수입원은 마약 밀매와 근로자 파견(용역), 도박과 매춘 등이다. 이 외에도 연예계, 부동산 투자 등 합법적인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넘나들며 돈을 벌고 있다.

야쿠자는 건설·식품·운송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간사이 국제공항 및 중부 국제공항 건설, 국립 대학의 기숙사 건설 등 국책사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야마구치파의 100년 생존의 비결로 현대 기업의 경영 모델을 도입한 점을 들수 있다. 이이들은 연예기획사와 부동산 투자 등 합법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야마구치구미 3대 오야붕인 타카오 카츠오는 조직원에게 “직업을 가져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조직이 세운 연예기획사는 당대 최고 인기 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다. 일본에서 내로라는 걸그룹이 이 조직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소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싼값에 부동산·주식·미술품을 사들였다가 지하 시장에서 비싸게 되팔고, 부실 채권 정리업에 뛰어들며 인터넷 기업까지 운영한다.

야마구치파는 마약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사회 공헌을 통해 친사회적 이미지를 심는다. 마약 추방 운동을 벌이고 불우이웃을 도우면서 동네 청소 이벤트도 자주 펼쳤다고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자위대보다 먼저 달려가 현장을 챙긴다. 일본 쓰나미 사고때 원전 일대 청소작업에 인부를 가장 많이 보낸 조직이기도 하다.

물론 야마구치 구미의 영향력은 정치권에도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의 이미지 개편 사업에도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야쿠자를 협객이나 의리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거나 마약 추방 운동을 장려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웹사이트를 출범시키면서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008년 4월 일본 국회는 폭력단 대책법을 개정했다. 야쿠자 조직원이 위력을 과시하며 돈을 뺏을 경우 조직원은 물론 두목에게도 배상 책임을 물리는 조항을 신설했다. 손해배상 청구를 방해하거나 보복할 경우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

일본 경찰은 조직원들이 야쿠자의 마수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있다. 고용센터를 만들어 취업을 지원하고, 교도소에선 4개월 과정의 교육이 이뤄진다. 조직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보호하고 관리했다.

 

일본 정부는 야쿠자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해외조직과 연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2011년 미국 정부는 일본 야쿠자를 국제 범죄조직으로 규정한데 이어 여러 야쿠자 조직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해 왔고, 2015년 4월에는 야마구치 구미의 핵심조직인 고토구미의 수장이 된 고토 타다마사(73)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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