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에 7개월간 무슨 일이... '형제의 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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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에 7개월간 무슨 일이... '형제의 난' 재구성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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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날 일가 대부분 서울 집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결판 날까

롯데가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31일은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친 고(故) 신진수씨의 기일이다. 제사를 앞두고 신동주(61), 동빈(60) 형제의 모친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88)씨는 전날 입국했고, 신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도 이날 입국했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롯데가 사람들이 속속 서울에 모인 것이다. 이들의 가족회의 결과가 '형제의 난' 향배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쫓겨나듯 물러난 회사를 되찾으려는 형, 독차지한 경영권을 확고히 하려는 동생.

지난 7개월 간 겉으로는 한·일 롯데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 경영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되는 듯 보였지만,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 간에는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롯데그룹과 신 전 부회장의 발언, 관계자들의 전언,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롯데가의 7개월을 재구성해본다.

 

코너에 몰린 형 신동주, 반격 노리다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동생 신 회장이 한국 롯데로 나눠 경영하던 분할 구도가 깨진 것은 지난해 연말.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직에서 한꺼번에 해임됐다. 이어 지난 1월8일에는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도 전격 해임됐다.

당시 롯데홀딩스는 해임 배경에 대해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만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해임된 이유가 일본 내 투자로 수억엔(한화 수십억원)을 손해본 사안을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부풀려 보고한 것이라고 봤다.

 

▲ 지난 29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연합뉴스
▲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해 지지세력을 규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중순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게 영업 보고를 위해 찾아갔을 때 신 총괄회장은 이미 격노한 상태였고 신 전 부회장에게 "그만두라"고 했다고 한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된 신 전 부회장의 '와신상담'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신 총괄회장의 성격을 알기에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일주일에 1∼2번씩 찾아가 설득하고 다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6촌 형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들은 신 전 부회장의 지원군이 돼주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 등 한국 롯데의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아버지에게 알렸다. 한국 롯데가 중국에서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지만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투자했다는 것.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 1조 적자는 사실이 아니며,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를 계속해왔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마음 돌린 신격호, 장남과 일본서 '뒤집기' 시도

신 전 부회장의 '읍소 작전'은 5월초 이후 결실을 보았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이 경영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 아버지인 자신도 모르게 한일 양국에서 '원톱'으로 경영하게 됐다는 점 등에 격분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추궁하며 7월 중순 이후부터는 자신의 집무실에 오지 못하게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 등이 경호원을 동원해 접근을 차단하면서 신 회장이 현재 총괄회장 집무실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급기야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하고 신 전 부회장 등 4명을 임원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지시서에 사인하기에 이른다.

신 회장이 이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자 화가 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지난 27일 일본 롯데홀딩스로 가서 직접 이사진 해임을 지시했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휠체어를 타고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지난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주, 동빈 형제의 일본인 어머니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88)씨가 지난 3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신 전 부회장이 상황 판단이 흐려진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이뤄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한 점도 판단이 흐려졌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신 회장은 이 같은 명분을 내세워 해임 지시가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28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이사진 해임 지시에 대해 무효 선언을 하고,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함으로써 경영권 분쟁 '1라운드'는 일단락됐다.

 

첨예한 갈등, 주총 가야 결론날 듯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는 현재진행형이다.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두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 전 부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9일 한국에 들어온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 교체를 추진하겠다",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지분 3분의 2가 있다"고 밝히며 동생을 향해 공개 선전포고를 했다.

롯데그룹은 "7월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의 신 회장 대표이사 선임과 28일 이사회에서의 구두 해임 무효 결정은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신 회장이 지분구조에서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공식 확인된 내용이 없지만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한국에 머물며 롯데 친족 일가와 '반 신동빈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고, 신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홀딩스의 주주, 이사들을 규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 지시의 효력,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 일본 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쪽의 의견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장악한 신 회장이 유리한 국면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숨겨진 지분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결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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