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농협 본점 압수수색, 최원병 회장 관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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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농협 본점 압수수색, 최원병 회장 관련 주목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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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대출 등 비리 의혹... 사흘째 강제 수사

농협의 특혜대출 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31일 서울 중구 통일로에 있는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대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NH농협은행 본점 여신심사부 등지에 수사관 3명을 보내 기업 여신심사 자료와 대출 심사위원회 회의자료, 관련 규정집 등을 은행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 그룹에 자금이 지원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자료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비정상적인 대출 이면에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서울 중구 통일로 NH농협은행 본점 로비에 31일 오후 취재진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는 농협중앙회 수뇌부, 그 가운데서도 최원병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 회장은 2007년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5년 후배로 전 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부터 민선으로 선출된 농협중앙회 1∼3대 회장은 모두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그동안 내부 회의석상에서 "범죄에 연루된 전임 회장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이 전임자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농협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9년 3월 공금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노동조합 사무실 압수수색 이후 처음이다.

이날 검찰은 통상의 압수수색과 달리 확보할 자료를 준비해 둘 것을 농협 측에 요청하고 현장에서는 영장을 제시한 뒤 받아가는 방식을 취했다.

압수한 자료의 규모가 방대하지는 않지만 농협 본점을 직접 겨냥한 강제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특혜대출 의혹 관련 단서를 상당량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리솜리조트의 재무건전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강행했다. 리솜리조트의 자본잠식 현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 리조트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입 경영을 벌인 결과였다.

그런데도 농협의 대출액은 자본잠식 상태였던 2005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최근까지 리솜리조트는 농협에서 총 1,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검찰은 이런 비정상적인 대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리솜리조트 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5곳에서 진행한 동시다발형 압수수색에서 비리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 농협으로부터 거액의 특혜성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 그룹의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 /연합뉴스

 

검찰은 리솜리조트 그룹 신상수(58) 회장의 횡령 혐의를 포착, 횡령한 돈이 대출 특혜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인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센 농협의 특성상 로비가 있었다면 최 회장을 비롯한 농협 수뇌부뿐만 아니라 전 정권의 영향력 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을 개연성도 있다.

검찰은 농협 측이 발주한 각종 용역사업과 관련해서도 대금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이 만들어진 정황을 확인했다.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 산하 유통시설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 여러 사업을 수주했던 H 건축사사무소 등이 수사 대상이다. 수사팀은 전날 H 건축사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H 건축사사무소가 농협과의 거래 과정에서 대금 부풀리기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농협사업 전담 인력까지 두고 수년간 농협과 거래를 해왔으며 건물 설계·감리 업무의 상당수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친인척이 이 업체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거액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빼돌려진 돈의 용처를 추적하면서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이나 H 건축사사무소 등의 사업 수주 대가로 부정한 금품거래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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