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추정 잔해 왜 5,000㎞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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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기 추정 잔해 왜 5,000㎞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나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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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509일 만에 발견... 미스터리 풀릴까, 전문가들 "인도양 해류에 의해 잔해 이동"

지난해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실종 17개월 만에 추락 예상 지점에서 5,000㎞ 가까이 떨어진 동아프리카 인근 섬에서 발견됐다.

이 잔해가 실종 여객기의 잔해로 확인될 경우 세계 항공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MH370편은 지난해 3월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중 40여분 만에 통신 두절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말레이시아, 호주,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항공편이 목적지인 베이징과 반대인 인도양 남부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조종사가 고의로 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 러시아나 북한의 납치설 또는 미국과 태국군의 합동 군사훈련에 따른 격추설 등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세이셸 인근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 해안에서 항공기 날개의 일부로 보이는 2m 길이의 흰색 물체를 청소부들이 발견했다. 한 목격자는 "물체가 조개껍데기로 뒤덮여 있었고 물속에 오래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물체는 보잉777 기종의 날개 뒤편 부품인 플래퍼론과 유사해 보여 지난해 3월8일 실종된 MH370편의 잔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MH370편은 보잉777기였다.
이와 관련해 압둘 아지즈 카프라위 말레이시아 교통부 차관은 "보잉777의 플래퍼론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우리 조사 담당 책임자가 그렇게 보고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AP통신에 "이 물체가 MH370편의 잔해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통안전당국은 이 항공기와 같은 모델(보잉777기)의 잔해물이라는 데 매우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사 관계자들 역시 이 물체가 보잉777기 플래퍼론의 디자인과 일치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BBC방송은 레위니옹 섬 근처에서 이전에 다른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있긴 했지만 보잉777 기종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물체가 보잉777기의 일부로 확인되면 MH370편의 잔해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에 프랑스 항공당국은 물론 그동안 MH370편을 수색해온 말레이시아와 호주 정부도 물체가 MH370편의 잔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
국제 수색작업을 이끌어온 호주교통안전국(ATSB)은 프랑스로부터 잔해물 사진을 넘겨받아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와 함께 분석 중이다.
만약 이 물체가 MH370편의 일부로 확인된다면 사고 발생 509일 만에 처음으로 실종 여객기의 잔해물을 찾아낸 셈이 된다.
 
▲ 아프리카 동부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발견된 실종 말레이기 추정 잔해. /EPA=연합뉴스
 
하지만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당초 수색 범위인 인도양 동남부에서 약 4,800㎞나 떨어진 레위니옹에서 발견된 경위를 놓고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조사당국은 MH370이 레이더망에서 사라진 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 말라카 해협에서 MH370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신호가 감지됨에 따라 항공기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호주 ATSB를 중심으로 한 국제수색팀은 따라서 추락 예상 지점인 호주 퍼스 남서쪽 2,600㎞ 바다를 중심으로 수만㎢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인도양의 해류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의 밸보그 바이필드는 AFP통신에 "비행기가 남반구로 갔다면 남적도해류에 의해 잔해가 이동했을 수 있다"며 "남적도해류는 아프리카 해안에 도달해서는 두 갈래로 갈라져 그 중 하나는 마다가스카르 동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가는데, 이 경우 레위니옹 섬을 지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호주대 연구팀은 사고 직후 말레이기의 잔해가 실종 18∼24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레위니옹 섬 인근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서호주대 차리타 파티아라치 교수는 "해류는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인다. 추락지점에서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간다"며 "만약 이 물체가 MH370기의 잔해라면 다른 잔해 역시 이 지역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잔해 발견이 말레이기 미스터리를 풀 중요한 단서이긴 하지만, 실종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런 트러스 호주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에게 "만약 MH370기의 잔해라면 물 속에서 1년 이상 있었던 셈"이라며 "나머지 기체가 어디에 있는지 특정하는데 이번 잔해 발견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영국 리딩대 해양학자 데이비드 페레이라도 "이번 잔해 발견이 향후 수색 범위를 크게 좁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미국 CNN방송도 "추락 원인을 밝혀내려면 다른 기체 잔해나 블랙박스가 발견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AP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기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된 장소로부터 2.5m 떨어진 곳에서 여행가방 조각도 발견돼 당국이 말레이기와의 관련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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