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불 꺼진 식당 주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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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불 꺼진 식당 주인의 한숨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8.09.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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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소래포구 손님들, 어디로 갔나…“수입 없는데 세금만 남고 …”

 

[조병수 프리랜서] 인천 소래포구 시장에 들르는 김에 바지락 칼국수나 먹으려고 근처 횟집에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입구 쪽으로 늘어선 식당들 앞에는, 지나는 차들을 향해서 서로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던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은 간 곳이 없고, 나른할 정도로 한산하기만 하다.

붐비던 식당 주차장도 텅 비었다. ‘식당이 문을 닫았나?’라는 생각을 해가며 올라가 보니, 실내등도 켜지 않은 썰렁한 식당에는 여주인 혼자서 무료히 배추를 다듬고 있다. 식사가 가능하냐고 묻기조차도 미안해진다.

자리에 앉으면서 “점심시간인데도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인사말을 건네자, 식당주인의 한숨 섞인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25년전 소래포구에 가게를 얻었다. 먹고 살려고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영업’까지 해가며 억척스레 일을 했다. 한때는 12~3명의 종업원을 둘 정도였지만 이제는 하도 장사가 안 되어서 가족끼리만 일을 한다. 요즘은 새벽2시까지 닭발 배달도 한다."

 

▲ 소래포구 /사진=조병수

 

횟집에 닭발이라···. 처절한 삶의 현장이자, 생존의 몸부림이다.

"천안함, 연평도, 세월호, 메르스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경기가 점점 나빠지더니, 지난 봄 소래포구 시장화재 이후로는 완전히 손님이 끊겼다. 시장 일부에서 불이 났는데도 온통 시장전체가 불탄 것처럼 보도한 언론사들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세금도 안 내는 시장 안 행상들은 이윤도 많이 남기고 잘 산다.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 내걸고 7천원짜리 국수 파는 우리 같은 업자들은 정작 별로 남는 것도 없는데, 그런 우리들한테서 세금 거둬가서 그네들 먹여 살리는 꼴이다.

1월과 7월, 일년에 두 번 내는 세금도 중간 분기에 예정고지 납부하는데, 그 '미리 내는 세금'조차도 돈이 없어서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한 달치 연체이자를 꼬박 물게 된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들이 어디 있느냐?”

아마도 부가세예정고지 분의 납부연체 때 가산세가 일할(日割) 계산되지 않는 것을 얘기하는 모양이다. 여러가지로 세금문제에 대한 불만과 부담이 상당한 듯, 상기된 얼굴에 목소리마저 높아진다.

 

“25~6년전 에이스크래커 한 봉에 200~300원 할 때 회정식이 4만5천원이었다. 과자 값 오른 것에 비하면 턱도 없는 7만원짜리 회정식 팔면서, 그것이나마 봄 가을에 두 달씩, 네 달 장사해서 일년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니 얼마나 힘들겠나?

그런데 그 두 달간만이라도 사람을 채용하려면 4대보험도 해줘야 한다. 하루에 10만원, 3명이면 한 달에 천 만원이 든다. 최저임금 인상되면 더 드는 거고···.

이 땅이 싫어서 떠나고 싶어도, 외국어를 못해서 엄두를 못 낸다. 어릴 적에 못 배운 게 한스럽다."

 

텅 비어 있는 식당이 안타까워 건넨 말에, 지긋한 식당주인의 가슴속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그 삶의 얘기에 빠지다 보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난다. 그사이에 식당에 들어선 사람은 주방 쪽으로 왔다가 간 어떤 여인 뿐이다.

"어제가 일요일인데도, 개시도 못하고 들어간 이웃 횟집 주인이다. 요즈음은 손님이 없어서 밥을 지어 놓을 수가 없다. 때때로 손님이 들면 저렇게 공깃밥을 빌려가고 빌려오기도 한다. 오늘은 우리도 밥이 없어서 3공기만 가져갔다."

식당을 하는데, 손님을 맞을 밥 준비가 안되어 있다? "이게 실화냐"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 그런 준비조차 해둘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이야기에, 덩달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며칠 뒤면 추석명절이다. 누군가는 우리주변의 이런 한숨 섞인 얘기들에도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이란 신조어나 민생을 운위하는 이 시대의 현자들에게 묻고 싶어지는 말이 떠오른다. 혜밍웨이 소설의 제목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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