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부·여당의 금리인상론…“한은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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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정부·여당의 금리인상론…“한은에 맡겨라”
  • 김현민
  • 승인 2018.09.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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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부동산 안정만 겨냥해 할 수 없다"…한은 독립성 훼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대정부 답변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한마디 언급했다. 그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시중 유동 자금을 줄이지 않고선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의원도 한 방송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 재임 기간 유동 자금을 많이 풀어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까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언급은 정부와 여당이 한은을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과열은 시중에 풀려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언급할 말은 아니다.

 

▲ 자료: 한국은행

 

15일자 신문들은 이낙연 총리의 금리언급을 지적한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한국은행 자율성에 흠집을 낸 총리의 금리 인상 발언”이라는 사설에서 “통화정책, 즉 금리 결정은 한은의 고유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한은의 권한에 정부와 정치권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얘기다.

“통화정책은 일단 정해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금리를 올리면 시장의 유동성을 줄여 부동산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투자가 줄어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이 많은 가구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통화정책을 부동산 안정만을 겨냥해 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총리의 발언으로 금리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한은은 애초 연내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고용쇼크와 소비여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이 총리가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한은의 운신 폭은 좁아졌다. 금리를 인상하면 정부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그렇다고 동결하면 정부와 대결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의 발언이 한은을 딜레마에 빠뜨린 셈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한은 기준금리 결정, 정부 훈수대상 돼선 안 된다”고 했고, 매일경제는 “이낙연 총리의 금리인상 발언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트라우마’를 지닌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감추지 않았다. 뛰는 집값을 잡을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에게 불만을 표했듯이, 정부와 중앙은행 간 긴장관계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 금리정책을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쯤으로 여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전 정권의 경제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례를 답습할 순 없다. 불과 6개월 전 이주열 한은 총재를 44년 만에 연임시키며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여준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경)

 

“금리를 놓고 정치권이 중앙은행에 훈수를 두는 일은 최근 미국에서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 금리를 인상하는 연방준비제도에 볼멘소리를 여러 번 했다. 그래도 연준은 끄떡하지 않는다. 역대급 호황을 구가 중인 미국은 금리 인상에 부담이 없다. 한국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제 여건을 만들어놓고 `올리라, 내리라` 해봐야 고민만 더 깊게 만들 뿐이다. 누가 물어도 "금리는 한은이 결정할 일"이라고 답변하는 게 신중한 태도다.” (매경)

 

이낙연 총리의 금리발언은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10년과 3년물 국채선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국고채 금리도 이틀째 상승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 특정 지역 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 심리가 다 같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통화정책이 주택가격 안정 및 거시경제 안정, 금융안정을 위해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금리라는 경제수단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다.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마땅하나,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가계부채에 부담이 커진다. 소비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도 줄어든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당국의 감독을 통해 은행 창구를 틀어막아야지, 보편적인 금리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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