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4 오늘] 삼선개헌안, 새벽에 날치기 통과

박정희 장기집권욕이 빚은 사태…3년후 유신헌법으로 이어져 김인영 기자l승인2018.09.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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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9월 13일 대통령을 세 번 연임할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날이었다.

야당인 신민당 의원들은 국회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자정을 넘기면서 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14일 새벽 2시,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국회 제3별관에 몰래 모였다. 이효상 국회의장의 사회로 헌법개정안이 찬성 122, 반대 0으로 통과되었다. 2번만에 개헌안은 통과되었다. 날치기였다. 국회의장은 의사봉이 없어 주전자 뚜껑으로 책상을 세 번 두드렸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기도 하고, 비극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당시 헌법에는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투표를 거치게 되어 있었다. 10월 17일 삼선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율 77.1%, 찬성률 65.1%로 삼선개헌안은 국민투표도 통과했다.

 

개헌 전의 헌법에는 대통령의 연임규정이 “1차에 한해서 중임(重任)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두 번까지는 연임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두 번째 연임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상 다시 출마할 수 없었다.

제6대 박정희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1969년이 되자, 여당 지도부가 3선개헌론의 군불을 지폈다.

1월 6일 민주공화당 길재호 사무총장이 현행 헌법의 미비점을 보완, 개정하기 위한 문제가 여당 내에서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고 운을 뛰웠다. 다음날 윤치영 당의장서리가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2차 이상 중임 금지 조항까지 포함해서 개헌문제를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비공식 또는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들이다.

야당인 신민당은 즉각 반대했고, 여당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이에 2월 4일 박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개헌논의의 시기가 아니다”고 개헌논의 중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여름에 접어들면서 관변 학자, 단체를 중심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지지성명이 나왔다. 신민당은 7월 17일 3선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를 열고 개헌 반대 투쟁을 전개했다.

7월1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신민당 주도로 ‘삼선개헌 반대 시국 대연설회’가 열렸다. 당시 김대중은 “박정희씨여! 당신에게 이 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일편의 양심이 있으면, 당신에게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할 지각이 있으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삼선개헌만은 하지 마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을 방문중이던 김영삼 의원은 미국 정부에 3선개헌을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발표를 했다.

7월25일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가 해결해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미군 철수를 예고한 것이다. 안보불안이 커지자, 박정희 대통령은 “삼선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야당의 세 의원이 이탈했다. 신민당은 소속의원 전원으로부터 제명원을 받아 제명 조치하고, 신당 발기 서명을 받는 초강경조치를 단행했다. 유진오 총재 집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신민당 해산결의를 하고 44명의 의원으로 신민회를 만들어 국회교섭단체로 등록했다.

9월 14일 새벽에 개헌안은 여당과 친여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날치기 통과되었다. 찬성 122명 가운데 공화당 107명, 정우회 11명, 무소속 3명, 대중당 1명이었다. 이로써 우리 역사상 여섯 번째 개헌이 이뤄졌다.

 

▲ 1971년 4월 21일 청주 유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삼선개헌으로 박정희는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에 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치러진 8대 총선에서 공화당 의석이 개헌선 아래로 떨어지고 신민당이 의석을 대폭 늘리며 약진했다. 그러자 1972년 10월 10월 박정희 정권은 유신을 선포해 장기집권의 길을 걷게 된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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