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출 판문점선언 번역본, 청와대 번역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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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출 판문점선언 번역본, 청와대 번역과 달라”
  • 김현민
  • 승인 2018.09.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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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북한 번역본에 가까워”…종전선언 “연내 추진”이 “연내 합의”로

 

“종전선언을 연내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와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적 차이는 크다. 영어로 “agreed to pursue”와 “agreed to declare”의 차이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이 미묘한 차이를 보도했다.

4월 27일 판문점선언 3조 3항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두달후인 지난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엔 판문점선언 3조3항을 이렇게 번역했다.

 

“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청와대는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를 “agreed to actively pursue”로 번역했다.

 

그런데 남북한이 지난 6일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 번역본은 “연내 종전선언” 합의를 기정사실화했다고 VOA가 보도했다. 유엔에 제출된 번역본에는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로 되어 있다. ‘추진한다’(pursue to)가 생략되어 있다.

 

“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replacing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greement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유엔에 제출한 번역본은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 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의 공동 서명을 거쳐 유엔총회와 유엔 안보리에 동시에 회람됐다. 이와 관련해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면서 “한국 외교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VOA는 유엔 제출 번역본이 북한의 번역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의 문구를 직역하면 “북과 남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되어 있다.

 

“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replace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ccord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north-south-U.S. tripartite or north-south-China-U.S. four-party talks for the building of durable and lasting peace mechanism.”

 

VOA는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 번역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VOA 인터뷰에서 “판문점선언이 각기 다른 표현을 담고 있고, 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그냥 행정적 오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미 청와대에서 내놓은 영문본이 있는데 남과 북이 이렇게 공조를 하면서 다른 뜻에 다른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유엔에 제출한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4월 27일 판문점선언 회견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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