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하던 체코의 변신…실업률 2.3%, EU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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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하던 체코의 변신…실업률 2.3%, EU 최저
  • 김현민
  • 승인 2018.09.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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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 활용해 해외기업 적극 유치…완전고용 달성되자 임금상승 대비

 

그리스 실업률 19.5%, 스페인 15.1%, 이탈리아 10.4%, 프랑스 9.2%….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체코 공화국의 실업률은 지난 7월 현재 2.3%로 완전고용 상태 아래로 떨어져 극심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체코는 2차 대전 직후에 슬로바키아와 통합해 사회주의 체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다가 1968년 이른바 ‘프라하의 봄’이라는 자유화 바람이 불었지만, 소련 탱크에 짓밟혔고, 1990년대 소련 해체와 함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오랫동안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를 받았다가 2차 대전 직전에 독일 나치에 점령되었고, 슬로바키아마저 떨어져나간 이 소국은 역사와 문학에서는 보헤미아(Bohemia)로 알려져 있는 나라다. 면적은 7만8,000㎢으로 남한보다 약간 넓고, 인구는 1천만명. 2004년에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통화는 아직도 코루나(Koruna)라는 자국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서유럽과 경제관계를 맺은지 채 30년도 되지 않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옛 사회주의 국가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중유럽의 이 작은 나라가 완전고용을 이룬 과정이 궁금하다.

 

▲ 자료: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코의 실업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4년까지 6%~7% 수준을 유지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경기회복세를 타고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2017년에는 완전고용 수준인 2.9%를 기록했고 2018년 7월 기준으로 2.3%로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프라하와 플젠 등의 일부 지역에선 올해 1분기 실업률이 1%대까지로 내려갔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체코 실업률은 지난 2년 동안 유럽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2018년 7월 기준으로도 실업률 하위 2위 국가인 독일(3.4%)과 1% 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18년 7월 EU 28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6.8%,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나라) 19개국의 실업률은 8.2%로, 체코의 실업률은 가히 놀랄만 하다.

 

▲ 자료: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

 

체코의 이같은 실업률 하락은 외국인 투자 적극 유치에 힘입은 바 크다. 게다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체코의 노동인력이 독일 등 인근 서유럽 국가로 유출되고, 외국노동력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체코의 임금이 독일 임금의 절반 수준이어서 이웃나라의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을 들수 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8년 1월 기준으로 체코의 최저임금은 월 500유로 정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이나 베네룩스 3국의 최저임금의 3분의 1수준이다. 체코의 최저임금과 비슷한 나라로, 크로아티아, 헝가리, 발트 3국, 루마니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독일, 프랑스 등과의 지리적 거리가 멀고 산업 기초여건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럽 선진국들이 체코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체코의 낮은 실업률의 주 요인으로, 해외기업의 체코 진출을 꼽았다. 외국기업들의 투자로 체코 내 일자리 창출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체코는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난 1990년대 후반에 조세감면과 신규 일자리 창출 지원을 포함하는 투자인센티브를 도입한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에는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저임금이다. 체코는 서유럽 대비 낮은 임금과 높은 유럽시장의 접근성으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매력적인 투자지로 선택되어, 글로벌 제조기업의 유럽 생산기지로 활용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 경제가 회복 추세로 돌아서면서 체코 노동시장이 달아오른 것이다.

 

일자리 부족 현상이 가중되면서 최근엔 전철과 시내 광고판에 아마존, 테스코, 리들 등의 대기업의 구인광고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수도 프라하에선 전철 운전기사 부족으로 운행 간격이 늘어날 정도로 구인난이 체감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체코 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코 중소기업의 40%가 직원부족으로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부족으로 14%의 회사가 주문량의 10% 이상을 거절하고, 3%의 회사는 주문량의 3분의 1을 거절하는 상황이다.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에 따르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인력부족을 공통적인 애로사항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 자료: EUROSTAT

 

고용시장이 완전고용의 상태로 진입하면서, 체코 경제는 이제부터 임금 상승을 고려하고 있다.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기준 평균임금은 3만1,851코루나(한화 약 162만원)로, 명목임금은 전년동기 대비 8.6%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도 6.2% 상승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마자르가 발표한 CEE Tax Guide 2018에 따르면 체코의 월평균 임금(Gross Salary)은 1,187 유로로 이웃 경쟁 국가(폴란드 934유로, 슬로바키아 925유로, 헝가리 1,042유로, 루마니아 886유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임금상승률이 더 높다. 체코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7년 자동차 업계의 평균임금은 3만7,399코루나(한화 약 190만원)로 전년대비 7.1% 상승해 2017년 전체 임금상승률인 6.2%를 초과했다. 체코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스코다 자동차의 경우 올해 12%의 임금임상을 결정했다는 보도다.

임금상승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체코 상공회의소는 내년에도 임금상승률이 8%대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일부 경제학자는 내년 명목임금 상승률이 두 자리 수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체코 정부는 이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보다 질좋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일자리 창출 조건을 포함한 투자 인센티브 제도를 내년중에 개정할 예정이다. 제조업 투자의 경우, 신규 창출 일자리 수 충족 조건 외에 직원의 80% 이상에게 투자지역의 평균 월급 이상 지급, 직원의 10%는 대학졸업자 채용, 직원의 2%는 R&D 분야 직원 채용 등으로 조건을 변경할 예정이다. 고용보조 및 직원교육비 현금 지원의 경우는 실업률이 7.5% 이상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등 요건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의 임금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웃나라에 비해 임금이 낮은 것도 이유지만, 완전고용을 달성한 이상, 기업에게 상승하는 인건비를 만회할 수 있는 혁신기술의 개발, 설비의 자동화 및 현대화 등에 중점을 두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 산업계의 로봇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며 자동화율도 중동부 유럽에서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의 가파른 임금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월평균 임금이 2,900유로인 독일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하지만 임금 상승이 저렴한 인건비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던 장점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체코가 유럽의 조립·생산 거점으로서 기술집약적 혁신산업으로 방향을 틀어 현재 변화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은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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