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남북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정상회담이 오는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린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 북한의 김정은이 특사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정의용 실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7일 주요신문들은 지난 5일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놓고 비평 사설을 내놨다. 조선·동아·중앙 등은 대북 특사단이 전한 협의 사항에 전과 달라진 게 없고,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고, 경향과 한겨례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으니 이젠 미국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시각의 차가 현격하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비핵화" 말만 전하는 대북 특사단”이란 사설에서 특사단에 대한 북한의 대우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특사단과 식사도 함께하지 않았다. 심지어 저녁은 우리 특사단 5명끼리만 먹었다고 한다. 국가 정상의 위임을 받아 방문하는 특사단을 이렇게 대접하는 경우가 있나.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폭력집단이라고 해도 도를 넘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어 대북 특사단이 치열한 협상을 벌였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국제사회가 의문을 품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석 달이 되도록 북이 한 일이라곤 스스로 '더 이상 쓸모없다'고 밝힌 핵 실험장과 미사일 시험 발사장을 폐쇄하는 쇼를 보여준 게 전부다. 수십 개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시설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조치는 시작도 안 했다. 없애는 것은 고사하고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신고라도 먼저 하라고 해도 '강도 같은 요구'라며 화를 내기만 했다. 특사단은 이런 김정은에게 비핵화 초기 조치라도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해야 했다. 그렇게 했나. 이에 대해선 아무 발표 없이 김정은의 '답답해한다는 심정'을 마치 공감이 간다는 태도로 국민에게 전달했다. 특사단 발표를 보면 김정은과 치열한 협상을 한 것인지, 그의 계산된 말을 전해주는 대변인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김정은 “2020년까지 비핵화”… 核신고부터 하라“고 했다.
“김정은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불능 상태로 만드는 등 ‘선의의 선제적 조치’를 했는데도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불만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시설 리스트를 제출하고 원자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의 핵물질 생산 활동부터 중단하는 실질적 이행 조치에 나설 단계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상응 조치를 요구하며 비핵화 프로세스 진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은 “대북 특사 절반의 성공 … 3차 정상회담에 운명 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북한은 ‘선 종전선언-후 핵 리스트 제출’의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특사단을 통해 북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게 확인되기를 바랐던 국민들로선 당초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성과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거로 생각했다.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검증 과정을 거친 뒤 비핵화 조치에 곧바로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전문가 참관도 없이 나홀로 해체한 뒤 어떠한 비핵화 이행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핵·미사일 생산을 계속하는 인공위성 영상을 연거푸 공개하며 비핵화 의지를 의심해 왔다.”
매일경제는 “北, 비핵화 의지 있다면 국제사회가 납득할 행동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한국경제도 “김정은, '비핵화 의지' 말 아닌 실천 조치로 보여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이 동시행동 원칙을 내세우며 저울질만 할 뿐 신뢰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제는 속히 핵시설 리스트 신고서 제출 등 국제사회가 진정성을 믿어줄 후속 조치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김 위원장의 희망처럼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주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매경)
“지금처럼 말로만 비핵화를 외치면서 온갖 반대급부만을 요구하는 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길이 없다. 김정은이 진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이달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실천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다.” (한경)
경향신문 사설은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공약한 김정은, 미국이 응답해야“ 한다며 김정은의 발언에 신뢰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는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1년 내 비핵화’와는 1년가량 차이가 있다. 하지만 ‘1년 내 비핵화’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답한 형식이어서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간표는 비핵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검증 등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실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비핵화 시간표와도 일치한다.”
경향 사설은 이제 공이 미국에 넘어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 감사한다. 우리는 잘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약화와 무관하다’고 직접 밝히며 미국 일각의 의심 해소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길 바란다. 연기했던 폼페이오 방북부터 재개하는 것이 순서다.“
한겨례신문도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김정은 발언 주목한다”는 사설에서 “공은 미국에 넘어갔다”고 했다.
“이제 공은 미국에 넘어간 형국이다. 김 위원장의 의지 표명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협상 교착 국면이 풀릴 수 있다. 당장은 연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의 중대 계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특사단 방북에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으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비핵화 방안이 나오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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