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남북정상회담…“유연한 대응” vs "반전의 기회“
상태바
[시각] 남북정상회담…“유연한 대응” vs "반전의 기회“
  • 김현민
  • 승인 2018.08.30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티스, 한미연합훈련 중단 시사…미북 교착상태 장기화, 한국 입장에 촉각

 

1992년 1월 한국과 미국은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선언하고 북한에 명분을 줬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하고 핵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했다. 그해 5월 북한은 핵물질과 시설에 대한 최초보고서를 IAEA에 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공사에 따르면, 북한은 보고서를 통해 90g의 풀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이의 100배가 넘는 10~14kg의 풀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일의 사기극이 드러나자 한국과 미국은 1993년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의 재개를 선언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1차 북핵 위기가 일어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 영변에 제한적 공격(surgical attack)을 검토했다.

26년전의 상황이다. 물론 지금과는 상항이 다를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20여년전보다 더 배짱을 부릴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 이상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조치를 되돌릴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케 했다. 미국의 대북 기조가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들이다.

아직은 미북 관계가 단절 상태는 아니다. 매티스 장관 발언 다음날인 29일 트럼프는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북한 김정은 위춴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문제가 중국으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북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9월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화담을 예정해 놓고 있는 와중에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 있는 한국의 입장이 애매해 졌다.

30일 언론들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두고 논평을 냈다. 초점은 9월 남북 정상회담이다. 동아·조선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고, 경향신문은 미북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길어지는 ‘비핵화 교착’, 남북정상회담을 반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은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성사됐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메신저 역할과 분위기 조성 노력을 펴지 않았다면 애초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한반도 정세를 규정지어온 역사를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처신에 따라 북·미관계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이 이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할수록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운신의 폭이 커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를 복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북·미관계가 답보상태라고 한국마저 손놓고 있는다면 어렵사리 만든 비핵화와 평화구축의 기회가 날아가버릴 수 있다.”

경향은 “북·미 입장을 중재하고, 전략을 가다듬어 9월 남북정상회담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美 “연합훈련 재개”… 靑 ‘9월 평양회담’ 매달릴 이유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오히려 “문 대통령의 촉진자·중재자 역할이 더 커졌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9월 평양’은 북-미 협상이 궤도에 오른다는 전제 아래 구체적인 날짜 없이 합의된 것이다. 그런 전제가 무너진 상황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사실상 미확정인 약속에 매달린다고 북한이 우리 정부에 촉진자 역할을 인정할 리도 없다. 당장 중재 역할을 원한다면 5·26 정상회담처럼 당일치기로 판문점에서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북-미 협상이 정상화된 뒤로 미루는 게 낫다. 그런 유연한 대응이 북한과 미국 양측을 함께 끌어당길 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의 對北 정책 기조 급변, 신중히 흐름 파악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신중론을 폈다.

“북 비핵화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적절하냐고 되묻는 듯한 분위기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방북을 강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한·미 동맹에 심각한 일이 터질 수 있다. 한·미 동맹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 비핵화 의지에 대한 공통된 인식 위에서만 가능한 일인데 한·미 두 나라 사이에 틈이 생기고 벌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억지로 다시 파탄 기로에 선 북·미 관계”란 사설에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 및 철도협력과 같은 남북 교류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추진해도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로 나오지 않는 한 중재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우선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납득할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핵무기 리스트나 비핵화 일정을 내놓거나 핵폭탄의 60~70%를 미국 또는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아무리 남북 정상회담을 열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해도 고립과 자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 사설은 “동맹과 엇박자 내며 '남북경협 대못' 박으려는 이유 뭔가”라며 남북 경협을 서두르는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남북한 경협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 경제협력’ 부문에 올해보다 46% 증액한 5044억원을 배정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지지부진한데도 북한에 지원할 예산부터 늘려 잡은 것은 ‘경협 대못’을 박겠다는 것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국제사회에 한국이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한 경협을 우선시한다는 메시지를 줄 우려도 크다.

굳이 ‘개성공단’을 표기한 의도도 궁금하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군불을 때 온 마당에 제재 균열을 노리는 북한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반대해온 미국과 엇박자를 부를 수도 있다.“

 

매일경제는 “비핵화 협상 깰 수 있다는 北,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한미공조”란 사설에서 한미공조 강화를 요구했다.

“지금까지의 북한 비핵화 이행과 한반도 평화 조성은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라는 두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오며 무르익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한미 간에 더욱 공고하고 빈틈없는 공조체제 강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가 압박과 제재 강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교류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예산에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을 위한 남북경협 기금을 5천억원 이상 배정하고 개성에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북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지면 모든 게 6·12 이전으로 돌아 갈수도 있다. 과거의 역사가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