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초수퍼예산…“재정건전성 우려” vs "아직 여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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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초수퍼예산…“재정건전성 우려” vs "아직 여력 있다“
  • 김현민
  • 승인 2018.08.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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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는 미래세대에 부담”…“경기활성화 위해 나라 곳간 풀어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470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9.7% 많은데, 이는 내년도 경제전망치 4.4%의 두배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재정지출을 10.6% 증액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초수퍼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중 보건·노동 부문까지 포함한 복지 예산이 162조2,000억원으로 34.5%의 비중을 차지한다. 일자리 예산도 올해보다 22%나 늘어난 23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이 또한 사상 최대 규모다. 고용상황이 좋지 않으니,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결국은 소득주도 성장이 세금주도 성장으로 가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 자료: 기획재정부

 

도하 언론들이 29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사설을 냈다.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경제에 활력을 찾기 위한 예산이라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언론들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는 초수퍼예산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한겨레신문은 IMF의 견해로 보면 국가채무의 여력이 아직 있다고 보았다.

 

▲ 자료: 기획재정부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내년도 초수퍼예산안, ‘세금 주도 성장’으로 가는가”라고 지적하고, 재정건전성을 걱정했다.

“당장 걱정되는 게 재정건전성이다. 올해와 내년의 세수 여건이 좋기 때문에 재정을 넉넉하게 쓸 수 있다는 정부의 낙관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경제부총리조차 어제 기자회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내후년 이후 중기적으로는 불확실성 때문에 짚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8~2022년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7.3%다.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재정수입은 연평균 5.2%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게 더 많으니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내년 '상상 초월' 세금 지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되나”며 재정건선성 악화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 5년간 누적 적자는 179조원에 달해 이명박(99조원)·박근혜 정부(111조원)를 크게 뛰어넘게 된다. 건전 재정을 자랑하던 우리가 만성적 적자 구조로 전락했고 더 악화되고 있다. 지금은 세금이 잘 걷히지만 경기 부진의 영향이 세수에 미치게 되면 적자는 더 커진다. 국가 채무도 5년 동안 34% 늘어 843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GDP의 40% 수준이지만 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제는 침체인데 재정까지 만성 적자면 이중(二重) 리스크에 빠진다.”

 

매일경제는 “성장보다 복지에 무게 실린 471조 슈퍼예산”이란 사설에서 재정건전성 악화는 물론 성장잠재력 약화를 걱정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파격적인 재정 확대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참사 수준의 고용과 분배 쇼크에 대응하려 대대적인 재정 살포에 나섰다가 자칫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제고 효과는 충분히 거두지 못한 채 재정건전성만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현 정부 5년 동안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모두 22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도 230조원 넘게 불어난다.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세수 호조가 막을 내리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늘어날 수 있다.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의 몫이 된다.”

 

이에 비해 한겨레신문 사설은 “재정 확대 담은 ‘슈퍼 예산’, 효율적 집행이 관건이다”면서 재정건전성 악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선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 39.4%로 올해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낮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3%보다 훨씬 낮다. 그런 점에서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재정 중독’이니 ‘세금 성장’이니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나친 정치 공세로 보인다. 국제기구들도 우리 정부에 재정 확대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한국의 국가채무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장기적 성장 지원과 사회적 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 대비 45% 수준으로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사설은 “사상 최대 ‘슈퍼예산’, 고용·복지 확충해 경제활력 찾기를” 기대했다.

“재정확대는 역동성이 떨어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정부는 고용과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세수여건이 양호하고 국가부채비율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나라의 곳간을 푸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늘려서라도 경제가 활력을 찾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사설은 “급팽창한 내년 예산안, 국회 심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야당의 제 역할이 관건이다. 예산 심의도, 관련법안 심의도 건성건성 한다면 야당이라고 해도 위축된 경제와 고용 대란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지역구 민원이나 특정 이해집단의 관심사에 매몰돼 ‘쪽지 예산’이나 끼워 넣을 궁리나 할 한가한 국면이 아니다. 470조원에 이르는 예산의 방향성 점검도 중요하지만, 곳곳에 스며든 거품을 제거하고 비효율·낭비 항목을 차단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규제 개혁, 기업 기(氣)살리기, 시장기능 활성화 등 ‘돈 안 드는 대안 정책’을 적극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당들은 올가을 국회에서 수권능력을 심판받겠다는 각오로 예산심의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재정 확대는 경기 불황기에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 경제는 불황이 아니다. 내년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지만, 안정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호황 국면에서 일자리와 창출과 복지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초수퍼예산을 편성하다가 불황국면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있을 때 쓰고 보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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