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미친 베트남…도박도 허용, 문화이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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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미친 베트남…도박도 허용, 문화이자 생활
  • 김현민
  • 승인 2018.08.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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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박항서 감독 마케팅에 적극 활용…주요 경기때 유통업계, 쏠쏠한 재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해 한국과 맞붙게 되었다. 베트남 전역에서 수백만명의 인파가 거리로 뛰쳐 나와 국기를 흔들고 춤추고 노래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박항서 감독에게 베트남으로 국적을 이전하라는 현지의 목소리도 전해진다.

 

그러면 베트남의 축구 열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 남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을 때, 베트남 기업들은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박 감독 모시기에 경쟁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기아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타코(Thaco)는 박항서 감독에게 기아차 옵티마를 증정했고, 베트남 분유회사인 VPMILK는 박항서 감독을 제품 홍보모델로 기용했다. 베트남 항공은 U-23 국가대표팀 선수 가족 및 친척들을 위해 항공권, 숙박비 등을 후원했고, 거리의 많은 가게들이 박항서 감독을 기념하기 위해 100% 할인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 박항서 감독 /베트남지 Đài Tiếng Nói Việt Nam

 

베트남의 축구 역사는 오래 되었다.

베트남에서 축구는 1896년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프랑스 공무원, 상인, 군인들 사이에서만 이뤄졌지만 점차 베트남인들에게 축구를 하도록 권장하면서 1908년 7월 20일 베트남 두 지역간 팀 대항전이 벌어졌다.

1928년 식민당국은 Annamite Sports Bureau를 설치했으며 싱가포르 팀과 경기를 위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보냈다. 이후 베트남 남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더 많은 축구 클럽들이 생겨나고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1954년 제네바 협정에서 베트남이 북위 17도선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2개의 국가 대표팀이 생겨났고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베트남 축구 협회(VFF)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베트남 프로 축구 리그는 2000년에 탄생했으며 이후 기업들의 후원이 늘어나면서 대중화와 상업화를 하고 있다.

 

▲ 베트남 기업들의 ‘박항서’ 마케팅 /호치민 무역관

 

베트남에서 축구는 가장 사랑받고 인기가 높아 여러 스포츠로, ‘킹 스포츠(King sport)’로 불린다. 현지 미디어기업 Adtima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의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85%), 테니스(15%), 배구(12%), 수영(12%) 순으로 나타났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응답한 85% 응답자들 중 3분의1은 광팬으로 축구와 관련한 모든 기사를 챙겨 본다고 한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레알마드리드, 바로셀로나, 첼시, 리버풀 등 전세계 유명 축구 클럽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유명 선수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을 즐겨입고,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만들고 단체 경기 관람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의 축구 응원 열기는 대단하다. 축구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그러했고,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경기 때에도 수많은 베트남 축구팬들이 거리로 나와 베트남 깃발을 흔들고 ‘보딕 베트남'(vo dich Vietnam, 무적 베트남)을 외치고 냄비와 같은 온갖 물건들을 두드리면서 거리 행진을 펼쳤다.

 

▲ 지난 1월 베트남 U-23 대표팀 카퍼레이드 모습 /호치민 무역관

 

베트남인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축구는 프랑스 식민지배 이후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심을 받았다. 축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베트남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축구는 다른 장비 없이 축구공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여서, 경기장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들판에서 축구를 즐긴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축구에 한해 도박사업을 합법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 복권과 외국인대상 일부 카지노를 제외하고는 도박산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축구 도박이 불법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2017년 3월 베트남 정부가 국제 축구 경기와 개 경주에 한해 도박을 하용하기로 하고, 올해 6월 의회를 통과했다. 도박 참여가 가능한 축구 경기는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남아시아(SEA) 게임, 코파아메리카(남미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에는 아직도 전당포가 성행하고 있는데, 지난 6~7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많은 베트남인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스마트폰, 노트북, 오토바이, 자동차 등 고가 담보물을 맡겨 베트남 전당포들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당포 대출 이자가 월드컵 이전보다 2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연리 100~150% 수준) 담보물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베트남인들이 전당포를 찾았다고 한다. 일부에선 돈을 모두 잃어 음독 자살, 투신 자살을 시도해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 베트남에 인기있는 축구 도박 웹사이트 /호치민 무역관

 

월드컵 때엔 유통업체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베트남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들은 대형 TV, 프로젝터와 같은 전자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베트남인들은 식당, 커피숍, 바(bar) 등에서 대형 TV를 보며 함께 응원을 하면서 축구 관람을 즐기기 때문에 가게 주인들은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고객들을 모으려고 했다. 베트남의 한 레스토랑 점주는 “월드컵 시즌은 매상을 늘릴 수 있는 황금 기회”라고 말했다.

많은 가게들이 손님들이 붐빌 것을 고려해 직원들에게 초과근무를 하도록 미리 상의하는가 하면, 임시 직원을 고용해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운동복을 판매하는 한 점주는 “월드컵 시즌 동안에는 축구 유니폼과 같은 스포츠용품 판매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축구는 문화이자 생활의 일부분이다. 베트남 노상 카페를 들르면, 월드컵과 같은 대형 축구 이벤트 시즌이 아니더라도 항상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관람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축구는 베트남인들의 여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 경기 20일 동안 약 1,300개의 기사가 올라왔고 총 조회수는 1억5,000만 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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