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통계청장 바꾸면 정부코드에 맞는 통계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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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통계청장 바꾸면 정부코드에 맞는 통계 나오나
  • 김현민
  • 승인 2018.08.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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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입맛대로 꿰맞추면 고용이 늘고 저소득층 소득이 올라가나

 

문재인 대통령이 통계청장을 교체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갑자기 교체된 황수경 전 청장은 27일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장으로서 통계청의 독립성·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며 “국가 통계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청장이 이임사를 읽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황 전 청장의 “저는 (해임) 사유를 모른다. 어쨌든 제가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한다. 관가에서는 황 전 청장의 교체를 두고 가계소득 통계의 표본 오류로 인한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황 전 청장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호되게 질책당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인사 당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월 1분기 소득분배 지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를 제출한 인물이라고 한다.

코미디다. 통계청장을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교체하면 좋은 통계가 나오나. 설사 그렇게 해서 나온 통계를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할 것인가.

 

▲ 7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교류사업 효율화를 위한 남북한 통계협력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 /통계청

 

28일 주요 언론들은 통계청장 교체와 관련해 사설을 냈다. 통계청장 교체가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조선일보는 “고용·양극화 참사에 통계청장 교체, 통계 왜곡 시도하나”라는 사설에서 “성적이 나쁜데 공부를 더 할 생각을 않고 성적을 고치려 하나. 통계 왜곡, 변조, 조작은 중대한 범죄 행위다”고 했다.

“지금 모든 고용·소득 통계가 가리키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조선·자동차 산업 불황 등이 구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한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도 분명하다. 경제부총리조차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그런데 불난 것은 놔두고 불이 났다고 알린 사람을 자른다. 통계를 입맛대로 꿰맞추면 고용이 늘고 저소득층 소득이 올라가나.”

 

문화일보는 “통계청장 전격 교체…‘코드 통계’ 더 기대하는 건가”라는 사설을 냈다.

“통계는 모든 정책의 근거다. 코드 해석도 위험하지만, 통계의 ‘코드 작성’은 더 위험하다. 국정 난맥은 당연하다. 통계는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3대 거짓말로 꼽히기도 하고, 통계 자료가 ‘술 취한 사람 옆의 가로등’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자기 합리화 동원 유혹부터 떨쳐내야 한다. 그러긴커녕 되레 집착하는 것으로 비치는 문 정부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는 정책 실패를 통계 분식으로 덮으려 하는가”라고 했다.

“국가 통계는 정책의 성과를 가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근거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가리키는 통계를 놓고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우기는 게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했다. 경질된 황수경 전 청장은 올해 1분기 소득분배가 최악이라는 통계를 발표했다가 장하성 실장에게 혼쭐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후임인 강신욱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표본이 바뀐 만큼 통계를 재해석할 소지가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옹호한 인물로 전해진다. 과연 이런 인사를 한 뒤에 나오는 통계와 해석을 국민은 믿을까.“

 

동아일보 사설은 “석연찮은 청장 경질, 통계도 ‘코드’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인가”라고 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신임 통계청장의 면면이다. 주로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온 비전문가라는 이력은 차치하고라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5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인물이라는 점은 통계청이 앞으로 정책에 맞는 ‘코드 해석’을 내놓거나 불리한 통계는 공개를 꺼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당시 통계는 통계청 자료에서 분석 대상을 가구가 아닌 개인 근로자로 바꾸고, 소득 감소가 많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는 아예 제외해 왜곡 논란에 휩싸였었다. 국가 통계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다. 정확한 조사만큼이나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 해석은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한국경제 사설은 “청장 교체된 통계청의 향후 행보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신임 청장을 맞는 통계청은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는 ‘정권 맞춤형’ 통계만을 생산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다. 통계는 해석 방법에 따라 똑같은 현상도 180도 다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통계청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데 큰 과오 없이 일해온 통계청장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교체한다면 누가 소신 있게 일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통계청이 생산한 통계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겠나.”

 

앞으로 통계청의 통계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가 통계청장에 갔으니, 정부의 선전자료가 될 좋은 자료가 나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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