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귀환…11년전 경쟁자들의 재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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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의 귀환…11년전 경쟁자들의 재등판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8.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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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에 고른 지역분포…연륜과 경험이 장점, 아집과 독선으로 흐를수도

 

11년전인 2007년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노무현 정권 말기였다. 집권말기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고,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불거졌다.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말에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권은 승산이 없었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가 팽팽한 대결을 벌이며 당내 경선 승리가 곧 집권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결국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여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노무현 탄핵 과정에서 갈라졌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쳐져 통합민주신당을 결성했다. 한나라당에서 손학규가 탈당해 통합신당에 합류했다.

집권여당인 통합민주신당에는 대선후보가 10명여이나 나왔다.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유시민, 김두관, 추미애, 신기남, 천정배, 정세균, 한명숙, 김근태가 후보군을 이뤘다. 이중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을 빅3라 불렀다. 먼저 정세균, 김근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고, 9명이 출마했다. 컷오프에서 추미애, 천정배, 신기남 김두관 등 4명의 후보가 탈락하고, 본선 경선에 앞서 한명숙, 유시민 후보가 차례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남은 사람은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이었다.

경선결과는 정동영 후보가 43.8%로 승리하고, 손학규는 2위, 이해찬은 3위로 떨어졌다.

그해말 제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고, 그다음 대선에선 또다시 한나라당의 박근혜 후보가 대권을 거머 쥐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되고, 통합민주신당의 마지막 경선주자였던 세 후보가 당을 달리한채 당대표에 오르거나, 당대표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었고, 앞서 정동영 의원은 민주평화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손학규 고문이 바른미래당 대표가 된다면, 2007년 통합민주당 대선후보 빅3가 모두 당대표가 되는 셈이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준씨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고,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잠시한 노무현의 사람이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고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가나다순) /각당 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 사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인심도 변하는가 싶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사람들이 연이어 각당의 대표가 되거나 대표 경선에 유력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념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정의당을 제외하고 주요정당 4곳의 당대표가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에서 교집합을 이루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언론에선 이를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명명했다.

▲김병준(1954년 3월 26일생, 경북 고령) ▲이해찬(1952년 7월 10일생, 충남 청양) ▲손학규(1947년 11월 22일생, 경기 시흥) ▲정동영(1953년 7월 27일생, 전북 순창)

인터넷 인명 자료를 통해본 이들 ‘올드보이’의 나이는 대략 64~71세로 60대 후반이고, 출신 지역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모두가 6·25 전쟁 전후에 태어나 분단의 아픔을 겪고, 개발시대와 민주화의 격동을 겪었다. 해방후, 전후에 아이를 많이 낳던 시절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뻘 되는 나이들이다.

 

올드보이라는 말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비롯된 듯 싶다. 직역하면 ‘늙은 아이’란 뜻인데 약간은 코믹한 의미를 풍긴다. 나이든 사람들이 재등장하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코믹하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올드보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것은 아니다. 올드보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모두 국정운영의 경륜이 있고, 정치풍파를 겪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 기대된다. 게다가 이들 네명은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데 모여 일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소통이 쉬울 것이란 견해가 있다.

하지만 서로들 11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악연들을 갖고 있다. 때론 경선 과정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과 결별하고, 함께 했던 당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이 공감대보다 대립관계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가 늙었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구미 국가에서 40대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오는 것은 일상의 뉴스가 되었다. 세계가 급변하고 젊은 층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만 나이든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이든 사람의 약점은 고집이다. 세상을 많이 살아 안목이 높은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에 빠지기 십상이다. 혹여 올드보이들의 정치판이 고집과 독선의 판이 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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