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남탓만 하는 고용대책, 기다려 달라는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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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남탓만 하는 고용대책, 기다려 달라는 무책임
  • 김현민
  • 승인 2018.08.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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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나서서 정책 변경해야”…여권 지도부 인식에도 질타

 

“잘 하면 내탓, 못하면 남탓”이라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인가 보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다보니, 정작 책임질 사람들이 서로 남탓을 하고 있다. 자기의 책임이라 고백하고 반성하는 인물이 없다.

원인 진단에 대해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시각차를 드러냈다. 장하성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론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기다려 달라”했고, 김동연 부총리는 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팀의 팀워크를 강조하며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고용부진의 원인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전형적인 남탓이다.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조금은 솔직하게 문제를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자료:청와대

 

21일에도 고용악화에 대한 논평이 주요언론을 지배했다. 이젠 누구의 잘못이냐로 비화되는 느낌이다.

한겨레신문은 “대통령이 경제팀의 ‘팀워크’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란 사설에서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을 동시에 비판하며 양비론의 입장을 취했다. 한겨레 사설은 부총리엔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고, 장 실장에 대해선 경제팀 전체의 조율에 미숙함을 보인 것을 더 큰 문제로 보았다.

“우선, 김동연 부총리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부총리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줄기에 해당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충돌하는 것처럼 비치는 발언을 여러번 했다.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한 발언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게, 청와대 쪽의 발언과 뚜렷하게 대비됐기 때문이다. 관료 생활을 오래 해온 김 부총리가 그 의미를 몰랐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현 정부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것으로 비칠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낸다면 다른 ‘의도’를 띤 것이란 의심을 받고, 정책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장 실장의 책임도 작지 않다. 정무적 판단의 미숙함으로 보일 언행이 불거지는 때가 잦다는 점에서다. 고용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발표되고 서민들의 경제난이 이어지는 와중에 “고용 개선을 확신한다”거나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식의 발언으론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경제정책의 명확한 ‘방향’을 잡고 경제팀 전체를 조율해간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 90%" 인식 그대로인 文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지를 분석해 논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지시와 함께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결과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했다. 전날 열린 고용 관련 당·정·청 대책회의에서 소득 주도 성장 관련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수정도 검토하겠다"는 경제부총리가 이견을 보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밀고 가자고 하면서 '팀워크'를 강조한 것은 경제부총리에게 주장을 거두라는 지시로 들린다.

대통령은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그만두고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고 믿는 모양이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문 대통령이 나서서 소득주도 성장론의 기존 정책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방향 大전환은 대통령만 할 수 있다”고 했고, 매일경제는 “고용정책 "충분하지 못했다"는 文대통령, 해법은 정책기조 변화다”고 했다.

“이달 초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실사구시’라는 화두를 꺼냈다. 실사구시 경제정책을 추구한다면 이념에 치우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고려해야 할 때다. 어느새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 정부의 성역처럼 돼버렸다. 국가 경제정책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뿐이다. 늦지 않은 결단을 바란다.” (동아)

“문 대통령은 당·정·청 회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정부 예산을 이용해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자리 예산과 추경을 50조원 이상 투자했음에도 고용 사정이 더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법인세 인하 같은 친기업 정책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정부도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비로소 고용 쇼크도 해소될 것이다.” (매경)

 

이해찬, 김진표 의원등 여당 당대표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맹공이 가해졌다. 조선일보는 “지금 고용 참사가 "10년 전 4대강 사업 때문"이라니”라는 사설을, 동아일보는 “집권 15개월 與의 ‘과거 탓’, 이래서야 바른 처방 나오겠나”라는 사설을 내고 여권 지도부를 질타했다.

“세상 만사 안 좋은 일은 온통 전 정부 적폐 탓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10년 전 정부의 물관리 사업 때문에 지금 고용이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고용 사정이 더 나빠지면 박정희 정부, 이승만 정부 탓까지 나올 것이다. ……

집권당은 현장에서 접한 민생의 소리를 정부에 전해야 한다. 현직 경제부총리마저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마당에 집권당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잘못 끼운 단추를 풀지 말자고 한다. 이렇게 계속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10년 전 탓을 한다. 아집과 오기가 무서울 정도다.“ (조선)

“현 고용위기를 초래한 경제정책 방향 설정의 당사자인 청와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여당의 역할이다. 여당이 경제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전달해야 하는데, 오히려 청와대의 자기방어 논리를 엄호하는 충성경쟁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하고도 100일이 더 지났다. 설령 과거 정권들이 잘못했더라도 지금쯤은 현 정부의 노력으로 경제와 민생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면 희망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집권세력이 ‘과거 탓’만 한다면 국민들은 희망을 보기 어렵다.” (동아)

 

검은 고양이(黑猫)든, 흰 고양이(白猫)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든, 시장주도 성장론이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효과를 보려면 몇 년이 걸릴 터이니 기다려달라며 남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1년여 시행해보고 실패했다면 빨리 방향을 바꾸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일단 방향을 틀어놓고 선순환구조를 만든 다음 본래의 방향을 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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