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안희정 무죄의 숙제…“사법개선책 마련, 미투 지속”
상태바
[시각] 안희정 무죄의 숙제…“사법개선책 마련, 미투 지속”
  • 김현민
  • 승인 2018.08.15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형 성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현행법 개정해야”…안희정 정치재개 경계감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지사의 성폭력사건 선고공판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에 대해 “범행 당시 위력 행사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수 있는 정도여야 처벌할 수 있다”며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어떤 위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안 전지사의 재판은 올초부터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첫 선고여서 주요 언론들이 15일자에 사설을 실었다.

 

▲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KBS 캡쳐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가해자 중심’에서 한발짝도 못 나간 안희정 판결”이라고 정리하고, 재판부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겨레 사설은 “재판부가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화 수준은 물론,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강간 기준 판례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대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하지 않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내심으론 반하는 상황이었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체계에선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 볼 수 없다” “사회에서 사용되는 성폭력 행위의 의미와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90년대초 서울대 신아무개 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제기됐을 때 ‘이게 범죄면 대부분 범죄자일 것’이라는 비아냥도 컸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한발 진전된 성범죄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미투 이후에도 여전히 ‘업무상 위력’ 범위를 좁게 판단한 이번 판결을 두고 “퇴행적” “권력형 성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피해자다움’이란 왜곡된 통념에 기댄 ‘안희정 무죄’”란 사설에서 재판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다움’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무죄 근거로 삼은 점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의 첫 간음 행위와 관련해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면서, 간음 이후 김씨 행동을 근거로 들었다. “피해 당일 저녁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간 점” “귀국 후 피고인이 머리를 했던 헤어숍에 찾아가 같은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점” 등이다. 이는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고 요구하는 왜곡된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정상적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았다’고 볼 근거는 되지 못한다. 재판부는 김씨가 당장 사표 내고 귀국 비행기를 탔어야 ‘진짜 피해자’로 받아들일 건가. 재판부의 판단은 성범죄 소송에서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강조한 지난 4월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동아일보 사설은 “‘안희정 무죄’ 판결이 미투의 未來 향해 던지는 숙제“로 사법 개선책 마련과 미투 운동의 지속을 들었다.

“더 나아가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성폭력 처벌체계의 진전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재판부도 어제 판결문에서 “‘Yes Means Yes rule’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법제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며 고민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Yes Means Yes rule’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동의 의사가 있어야만 합의하에 성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행법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형법 297조는 강간죄 성립 기준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어 강간의 기준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보고 있다. ‘당사자 간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고 권력형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법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은 이어 “미투는 가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 처리를 넘어 21세기판 차별극복운동이며 인간성 회복 운동”이라며, “상하·갑을 관계, 남녀 간의 신체적 힘의 차이 등을 등에 업은 성폭력 등 부당한 권력 행사가 없어지는 미래를 향해 미투 운동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안희정 1심 무죄…도덕적·정치적 무죄 판결은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안 전지사의 정치적 재개 가능성에 못을 박았다.

“이로써 여권의 대권주자에서 하루아침에 성폭행 피의자로 추락했던 안 전 지사는 일정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의 발언처럼 벌써부터 정치 복귀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그가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도덕적 흠결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안 전 지사가 개혁적 이미지와 달리 주변 직원들에게 제왕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도 드러났다. 도덕성과 깨끗한 사생활, 철저한 자기 관리는 우리 사회가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당연한 덕목이다. 그가 개혁과 진보를 외친다면 더더욱 그렇다. 젠더 감수성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며 도덕적·정치적 무죄 판결이 아니라는 것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