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휘두르며 전방위 경제제재 확대
상태바
미국, 달러 휘두르며 전방위 경제제재 확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8.12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터키, 이란, 러시아에 제재 강화…달러 본위가 무기

 

터키,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중국, 북한….

올들어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행하거나 진행 중인 나라들이다. 지난주에만 해도 미국은 이란에 경제제재 부활을 선언했고, 터키에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을 풀어달라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율을 두배나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또 영국에서 발생한 스파이사건을 빌미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리고, 북한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대북경제제재의 최고위 수위 압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하거나 새로이 부과한 나라는 대체로 반미 국가이거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나라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 비해 더 자주 경제제재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국 통화가 하락하고, 생활필수품이 모자라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실제의 경제적 어려움이 나타난다. 목줄을 졸라대니 항복하라는 게 미국 경제제재의 목적이다. 제재 당사국들의 반발도 커진다. 미국에 반대하는 그룹들의 연합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 그래픽 /김현민

 

① 미국은 터키에 대해 오는 15일 오후까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 이외의 우방, 즉 러시아와 손잡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오랜 우방을 버릴 것이냐, 미국인 한사람을 구할것이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터키의 출혈이 너무 심하다. 트럼프의 관세 보복 경고에 현지 리라화는 하루 사이에 16%나 폭락하고, 터키 국채 값은 휴지조각화할 운명에 처했다.

 

② 이란의 현지통화 리알화도 수직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금수조치로 인해 달러 부족현상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은 자본통제(capital contron)에 들어갔다. 이란은 고시환율과 시장환율의 두가지 환율이 적용되는데, 암시장의 환율은 급전직하다. 수입물자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과 사업하면 미국과 사업하지 못한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이란과 사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분위기다. 이란에 인력을 수출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현지 돈 값이 떨어지면서 본국으로 귀향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③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한 것은 영국 정부가 러시아 스파이의 독극물을 사용한 혐의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자기 나라에서 벌어진 상황이 아니지만, 세계의 경찰이란 점에서 영국을 지지해 러시아에 제재를 강화한 것이다.

러시아 루블화도 지난주 급락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미국의 조치에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20년전인 1998년에 미국 은행들이 러시아 국채 매입을 거부하는 바람에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적이 있어, 미국의 제재에 정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④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파탄을 낸지는 오래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지 않고 있고,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웃 볼리비아와 브라질로 대규모 이주하고 있다. 현지 통화는 미국 달러화 교환조차 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차 대전 직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에서의 초인플레이션 수준을 버금가는 인류 역사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알레한드로 워너 IMF 국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올해 말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1923년 독일, 2000년대 말 짐바브웨와 유사한 상황이다.

 

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의 북한 지원도 견제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유입을 경고하고,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하는 계획조차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은 북한이 먼저 핵 폐기의 순서를 밟으라는 요구다.

 

▲ 그래픽 /김현민

 

이처럼 미국의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해 경제제재를 동원하는 것은 달러 패권을 무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고, 다른 나라들은 달러가 없으면 국제거래를 하지 못하는 국제금융질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SNS에서 많이 전파된 리샤오(李曉) 길림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설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나온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중국, 일본, 독일 등의 무역 국가는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인 후, 그 중 상당 부분을 또 다시 미국에 빌려 준다. 달러는 세계 결제 화폐, 결산 화폐이자 주요 자본 시장의 교역 화폐다. …… 무역 국가로서의 비극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되도록 달러가 평가절하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세계 최대 채권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 화폐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 달러 유통 체제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수동적 책임이자, 우리가 미국 국채, 회사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 당한 나라는 무역 거래가 줄어들게 되고, 달러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달러가 없으면 외국에서 생활필수품이나 공업용 반제품을 사오지 못한다. 달러 이외의 통화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양국간 물물교환만 가능하다. 북한이 달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항구나 공해상에서 물물 교환형태로 거래를 했다는 관세청 발표를 보더라도 미국의 경제제재는 피제재국에게는 원시상태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하면, 미국도 손해를 보게 된다. 제재국으로부터 물자수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재를 받는 나라와 미국과의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달러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미국 증시의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터키, 러시아, 이란등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바로 달러 강세에 따른 것이다. 달러 강세는 힘의 논리에서 발생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