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에 도전하다 금융 위기에 처한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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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에 도전하다 금융 위기에 처한 터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8.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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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 보복”에 시장 패닉…15일까지 목사 석방에 달린 시한폭탄

 

터키 금융시장이 녹아내리고 있다.

10일 터키 리라화는 전날보다 16% 하락해 1달러당 6.5 리라에 거래됐다. 리라화는 한달 사이에 30%나 폭락했으며, 올들어 40% 하락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도 터키 외환시장 붕괴 조짐을 막아줄 생각을 않고 있다. 현재 상태로 가다가는 조만간 터키 통화시장은 붕괴될(meltdown) 것이란 우려가 짙다.

채권시장에서 터키 국채 2년물과 3년물의 수익률이 20% 이상 치솟았다. 터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터키 금융시장의 붕괴 조짐은 고질적인 경상수지적자와 막대한 대외 채무에 근본적 원인이 있지만, 지난주의 투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정부에 대항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미국 정부가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Andrew Brunson, 50)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자, 터키 정부가 이를 들어주지 않은 것.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한정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두배나 인상해 무려 50%, 20% 각각 때리겠다고 선언했다.

터키 금융자산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외국인들은 터키 증시의 주식을 패대기치고, 채권을 팔아제끼고 달러로 바꿔 달아났다.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바람에 리라회는 헐겂으로 팔렸다.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자본시장의 투자가들은 트럼프만 쳐다보고 있다. 트럼프의 엄지손가락이 아래를 향하면, 그나마 남아있던 돈을 빼겠다는 태도다.

 

▲ /그래픽=김현민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7일 에르도안 정부에 의해 체포돼,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구금 이유는 브런슨 목사가 미국에 망명한 터키 반체제 인사 펫훌라흐 귈렌의 테러 조직과 연계해 있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터키에서 에르도안을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는데, 이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에 재미 이슬람학자가 조정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르도안 정부는 그후 브런슨 목사를 비롯해 20명의 미국인들을 스파이 및 테러 혐의로 체포, 가택연금시키고 있다. 브런슨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브런슨을 비롯해 미국인들을 풀어줄 것을 터키에 요구했지만, 에르도안은 들어주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했다. 터키 정부는 특사단을 미국에 파견했지만, 지난주말까지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는 행동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2배로 올리라고 했다"고 트윗을 날렸다. 터키의 철강재엔 50%, 알루미늄 제품엔 20%의 고율관세가 부과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만이 타격을 받은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트럼프 트윗을 팔로한 국제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일제히 터키에서 발행된 유가증권을 던져버린 것이다.

 

▲ /그래픽=김현민

 

터키 금융시장은 시한폭탄이다. 미국은 터키 시간으로 15일(수) 오후 6시까지 터키 해안도시 이즈미르에 가택연금중인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라고 시간을 못박았다. 영업일 기준으로 다음주 3일 내에 에르도안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지 않으면 미국은 터키에 대해 추가적인 경제보복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국제금융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서방국가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한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자체의 힘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구석기시대로 돌아가 물물교환이나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북한처럼 주변에 중국과 러시아가 버텨줄 경우 수명이 연장된다.

물론 에르도안이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면 금융위기가 일단 파국을 피할 가능헝이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국민적 저항을 강조하고 서방의 적인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다.

에르도안은 10일 터키국민들에게 생중계된 연설에서 “여러분 베개 밑에 달러나 유로, 또는 금이 있다면 은행에 가서 리라로 바꾸라"라면서 ”이것은 국민적 투쟁(a national struggle)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터키 중앙은행은 보유한 외환을 풀어 리라화 하락을 저지했지만 헛수고였다.

에르도안은 이날 저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경제 위기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에 붙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여기에다 터키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제제에 불참하고, 시리아 해법에 미국과 러시아를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미국에겐 괘씸한 존재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 앤드류 브런슨 목사 /USCIRF

에르도안의 이같은 행동은 미국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졌다. 리라값과 국채가 폭락했다.

남은 기간은 15일까지 3영업일이다.

에르도안은 사위 베라트 알바이라크(Berat Albayrak)을 재무장관에 임명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경제를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도전에 휘청이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킬수 있을지 걱정된다.

방법은 있다. 유럽과의 협상으로 터키가 보호하고 있는 시리아·이라크 난민을 풀어 유럽으로 보내면 유럽이 화들짝 놀라 돈줄을 풀어줄 가능성은 있다.

또 하나. 브런슨 목사 등 구금한 미국인들을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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