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뛰는 북한 해커 위에 나는 국정원, 판교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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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뛰는 북한 해커 위에 나는 국정원, 판교팀을 아시나요
  •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승인 2024.10.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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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지난 주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암호화폐 지갑에서 약 2천만 달러 상당의 자산이 해커에 의해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관련 해킹 사건은 잊을만 하면 등장한다. 지난 7월에는 북한의 해커 그룹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에 인도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2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참고로 북한은 지난 6년간 약 4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건이 많아질수록 관련된 오해(?)도 지속적으로 쌓여간다. 암호화폐가 범죄와 자금세탁에 쉽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암호화폐가 범죄에 쉽게 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일까? 해커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노리는 주요 이유는 분명 그 기술적 익명성과 국제적 접근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범죄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사용이 늘어날수록 보안 기술,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대응 능력 등도 발전하고 있다. 더군다나 암호화폐는 프로그래머블 머니, 즉 코드에 의해 만들어진 자산이기 때문에 추적과 가치의 무효화가 실물화폐보다 더 용이한 측면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탈취된 자산이 이동 또는 현금화가 불가능하도록 동결해버리는 등 범죄를 통해 획득된 자산에 발빠른 제제를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탈취된 가상자산의 50%이상은 최종 현금화하지 못한 채 탈취에 사용된 지갑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해킹에 사용된 계좌를 블랙리스트화하고 이를 공개하여 전 세계가 집단적으로 해당 계좌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집단이 만들어내는 선의와 기여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 대응에는 국제적 협력이 핵심이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기에, 해킹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판교팀'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내 전문조직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미국 조사단과 긴밀히 협력하여 북한발 암호화폐 해킹 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해킹 사건의 추적과 분석, 범죄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암호화폐 해킹 규모의 절반 이상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탈취된 자금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정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성을 띤다. 단순한 금융 범죄 차원을 넘어 국제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판교팀이 국제 사회의 암호화폐 범죄 대응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 분석 도구들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자금 세탁 경로도 빠르게 추적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판교팀과 협력하고 있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인 체이널러시스와 같은 전문 기업들은 범죄 관련 암호화폐 주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상한 거래 패턴을 즉각 감지하여 관계 당국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보안 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제도(KYC)를 철저히 이행하며 범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거래소들은 콜드월렛 보관 비율을 높이고, 다중 서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을 통해 고객의 피해를 보상하는 체계도 갖춰가고 있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지만, 이는 모든 새로운 기술이 직면하는 도전과제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안 기술과 법제도가 발전하여 안전한 사용이 가능해졌다. 암호화폐 역시 기술의 발전과 국제 협력의 강화, 그리고 업계의 자정 노력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범죄의 도구로 낙인찍기보다는, 그 잠재력을 살리면서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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