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트럼프 재집권시 인플레 더 심각할 것"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차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극심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대선 후 인플레이션 우려 커질 수 있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경제학자들은 선거 이후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협을 경고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선 이후의 인플레이션 관련 우려를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2년 반의 치열한 싸움이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대통령 선거가 이것을 바꿀 수 있다"며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계속 둔화할지 여부는 트럼프 혹은 해리스의 정책적 선택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 높은 관세 부과 및 엄격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후보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오토존의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다니엘은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우리는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상품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근로자들은 높은 물가에 대응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기 시작할 수 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다른 국가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경제적인 타격 또한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후보가 주장하는 엄격한 이민 정책 또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함에 따라 근로자수가 줄어들게 되면 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감소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후보의 엄격한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경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일자리가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시장은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는 것.
미 콜로라도 대학교의 경제학자들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연구한 결과 100만명의 불법 근로자가 추방될 때마다 8만8000명의 미국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WSJ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 해당 기업들은 그 자리에 미국인 근로자를 앉히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매출 감소는 결국 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회장 역시 "엄격한 이민 정책은 미 경제에 부정적인 공급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물가는 상승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경제능력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1기와는 경제여건 달라...재집권시 인플레 우려 극심해질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와는 경제적 여건이 매우 다르다는 점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키우는 부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요 및 물가 압력이 계속 감소해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이어왔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한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2022년 인플레이션은 9.1%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고 연준이 꾸준히 금리를 인상한 덕에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인 2.4%로 하락해 안정을 되찾은 듯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률 담당 국장으로 일했던 마크 쇼트는 "변화된 경제 환경과 트럼프가 제안한 광범위한 정책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두번째 임기에 인플레이션 위협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해리스, 재정적자 감축 방안 제시 못해...인플레 고착화 우려"
해리스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 또한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WSJ은 "해리스 후보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가격 폭리를 단속하며,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세금 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생활 물가 잡기에 대처하겠다고 언급했다"며 "해리스 후보는 세금이나 기타 수입을 늘려 이같은 지출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상원 보좌관 출신으로 현재 보수적 성향의 맨하튼 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적자 확대 따른 국채시장 변동성 유의해야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후보, 해리스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정적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방예산위원회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약 3조5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7조5000억달러의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인 재정적자의 확대와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재정적자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관세 및 이민 정책의 조합은 채권 시장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더 높은 국채 수익률을 볼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은행 총재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무역 및 국무 고위 관리를 역임한 로버트 졸릭은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해 연준과 싸우기 시작하고, 각국이 미국에 대해 무역 보복을 시작하게 되면 시장은 어느 포인트에서 정말 불안해할까"라며 "이는 일종의 경제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힘이 발휘되면 상황이 상당히 극적이고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지난달 보수 정치 평론가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 정책 발표 후 국채 수익률 폭등으로 인해 사임했던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재집권시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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