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은산분리 완화, 제2동양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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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은산분리 완화, 제2동양 사태 우려”
  • 김현민
  • 승인 2018.08.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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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층에서 반대 목소리…오히려 보수야당에서 환영 입장

 

은산(銀産)분리라는 용어는 금산(金産)분리에서 파생되어 나왔다. 금산분리는 금융기관과 산업계(제조업)를 분리하는 것이고, 은산분리는 은행과 산업계를 분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산분리에서 은산분리로 이슈가 전환된 것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가 보험, 증권, 저축은행의 영역까지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은행업에 한해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동부그룹, 과거 LG그룹이 보험, 증권에 진출했다. 현재 은산분리 논의는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하는 양상이다.

금산분리에 대한 논의는 1919년 대공황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미국 금융업을 쥐락펴락하던 JP모건이 금융과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금을 풀고 걷어들임에 따라 금융 대공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의회는 1933년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을 만들어 ①제조업의 금융기관 참여를 금지하고 ② 금융기관을 투자은행(investment bank)과 상업은행(commercial bank)로 분리하도록 했다. 이에 JP모건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를 분리하게 되었다.

 

▲ 1933년 글래스 스티걸 법 입법 주역인 카터 글래스 상원의원과 헨리 스티걸 하원의원 /위키피디아

 

우리나라 금융제도도 대공황 이후 만들어진 미국 제도의 틀을 받아들여 금산분리, 은산분리의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동안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은산 분리를 요구해왔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 역대 어느 정부도 은산분리에 손을 대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댔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사에서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의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에서 반대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 경실련, 정의당 등은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론자들은 그 대표적인 예로 2013년 동양증권 사태를 들었다. 동양증권은 당시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자사의 부실회사채를 우량한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결국 4만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았고, 약 1조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동양증권이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증권회사와 제조업체의 사례이긴 하지만, 은행과 산업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을 때, 사금고 현상이 더 커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등 보수야당은 오히려 문 대통령 발언에 환영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야당일 때 반대했다고 하나 지금이라도 인식을 바꾼 건 참 다행”이라고 했다.

 

8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친여 논조의 신문들이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발언을 비판적 시각에서 담았다. 이에 비해 매일경제등 경제지들은 재계와 금융권의 시각으로 규제완화에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겨레신문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재벌 사금고’ 우려 불식해야”라는 사설에서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더욱 확실한 보완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정의당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은행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길을 터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 삼성그룹 등 재벌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정의당 등은 이날 토론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여당이 분명한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꾼 것도 시민단체들의 의구심을 키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은 규제 완화에 반대했고, 문 대통령도 대선 공약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은산분리 완화,재벌 차단하고 혁신 될지 지켜보겠다”라는 사설은 냈다.

“물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됐을 때 초래할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몇 해 전 발생한 동양증권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였기에 망정이지 은행이었다면 더 큰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시민단체가 말하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은행산업의 문제를 확인했는데 눈감는 것은 더욱 무책임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은산분리의 대원칙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절대로 잊지 말기 바란다.“

 

이에 비해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산업자본 지분 제한하는 인터넷은행 대못 규제, 국회가 나설 때”라고 했다.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던졌으니, 국회가 받아 빨리 법안을 처리하라는 주장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현재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5개로 대부분 산업자본인 정보기술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인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을 제외하거나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를 제한하는 등 보완 장치를 두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민주당 혁신성장 토론회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정보기술 기업의 지분 보유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당론으로 정했으니 법제화에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은산 분리와 규제완화는 미묘한 문제다. 미국에서도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글래스스티걸법을 일부 완화했다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다시 금융규제를 강화했다. 최근 다시 완화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금융권의 방만한 대출에서 비롯되었고, 2002년 LG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했다. 모두가 정부의 금융 규제완화로 인해 생긴 업보였다.

인터넷은행과 일반 시중은행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은행 창구의 업무가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옮겨간 것 뿐이다. 기술발전의 결과이지만, 인터넷은행도 남의 돈을 받아(예금)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대출) 금리 차이(예대마진)을 먹는 점에서 시중은행과 다를바 없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엔 IT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도 제조업이다.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유지하되, 인터넷은행에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는 대통령의 말은 자칫 IT기업에 특혜를 주는게 아닌가 하는 비판론자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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